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5

철지난 바닷가의 추억


BY jeongann 2004-08-23

그렇게 무덥던 무더위가 물러갔나 보다.
오늘이 처서...
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하다.
어제는 철지난 바닷가를 다녀왔다.

전주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 해안도로를 타고
팔각정에서 한번 머물렀다가 변산해수욕장에 들어섰다.

길 양편 아늑한 야산 위으로 소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가는 가을들녘에는 벼 익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새만금사업 전시관,그리고 부안댐과 온천,조각공원을 지나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끝날 즈음 변산해수욕장에 다달았다.

부안읍에서 남서쪽으로 6 km 떨어진 곳, 변산해수욕장.

변산면의 대항리 해안의 변산해수욕장은 백사청송 10리의
아름다운 경치와 심하지 않은 조석간만의 차와
완만하게 깊어지는 수심등 천혜의 조건을 갖춘 해수욕장으로
해마다 피서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가운 햇살과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았던 바닷가도
한장의 빛바랜 사진으로 남아 있다.

가난한 이들의 아픔이 더 쓰라렸던 그 여름의 끝자락에
추억의 바닷가에 섰다.

철지난 싱거운 바다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깔깔대고 웃는다.
젊은 날 나의 사랑을 버리고 떠난 계집애처럼.
장마도 없고, 태풍의 두려움도 머물지 않는곳,
물론 사랑과 미움의 갈등도 없었다.

아이들이 재잘거림이 물속에서 파묻힌다.
백여명의 피서객들이 그늘을 찾아 자꾸 자리를 옮긴다.
그래도 짠 냄새에 찌든 바닷 바람과 햇살은 힘이 없다.

하얀 모래가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낸다.
너무나도 부드럽다.
지난 여름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걸었다.
힘들고 지친 내 육신도 백사장에 벗어 버리고 싶어서였다.

다시 격포해수욕장을 지나 상록해수욕장.
무더위로 짜증스러웠던 기억들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태양은 마지막 힘을 다해 썰물로 드러난
백사장의 속살을 파헤치며 서해로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