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새벽 잠속으로 꿈이 파고 든다.
로맨틱 러브의.....한가운데 쯤은 어머니 자궁속같은 깊은 못의
아늑함이 있어 좋다.
가끔은 꿈속에서도 꿈인줄 안다.
그래서 이불을 바짝 잡아 당기며 환타스틱의 긴자락을 놓치 않으려
애를 써 보기도 한다.
빌어벅을.
전화벨 소리 만 아니었어도 조금은 아주 조금이라도 환상의 늪에
나를 뉘어 놓을 수 있으련만.
꿈이 떼어지는 순간은 접착물을 떼는 것 과는 사뭇다르다.
아주 쉽게 아주 가볍게...
찰나였다.
꿈에서 현실로 가는 거리는 아주 짧아 있었다.
그래서 늘 아쉽기만 하다.
"애기 아빠 일어 났수? 나 오늘 읍에 가야 하는데..."
" "
옆집 할배는 전화기 속의 내 몽롱함을 눈치채고는
"여적들 안 일어 났었수? 벌써 해가 중천에 벌쭉 떠가 있는데.....
쯧쯧... " 하신다.
돌담 너머로 할배의 마당이 보인다.
할배의 마당 귀퉁이엔 지프차가 얌전히 서 있다.
그의 아들이 지난 봄 장만한 새 차다.
난 돌담을 보며 소리를 내어 본다.
'저 놈의 지프는 완전 폼이야. 맨날 그렇게 서 있는 겐가? 영감님을 태워 주면
어디 덧 나는가?. 꼭두 새벽에 전활 해서는 차 태워주게나. 매번 그러는 일 없게 말야.
소리는 돌담을 넘질 못했다.
'그나 저나 영감님 마음이나 느긋 하면 좋으련만...
약속시간 한시간 훨씬 전 인데.....
왔다 갔다 ....갔다 왔다.... 어험 어험..... 헛 기침을 고샅에 뿌린다.
"지금 나가요. 나가." 하며 대문을 나서는 울 옆지기.
빚쟁이처럼 걸음 총총, 가슴 총총...
영감님을 태운 차가 동구박을 떠나서야 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유로움 사이로 새벽녘 꿈결의 기억이 밀려와 사탕처럼 달콤하다.
어디까지 였더라?
난 젊은 아가씨였다. 아주 아름다운, 사랑의 열정을 품은 백마탄 왕자가
찾아 오는... 거기 까지 였던 것 같다.
"엄마 오늘 갯벌 체험 학습 가야 돼요." 하며 아이가 깨어 놓은 몽상사이로
현실이 들어 온다.
김 할매는 아직 깨질 않고 주무시고 있다.
하긴 어제, 그제 만 이틀을 긴 악몽의 터널에 계셨다.
악몽을 꾸고 있는 동안 할매에게선 선한 구석이 없어 진다.
잡아 뜯고, 물어 뜯고, 울고 불고, 생이 억울하고, 모두가 웬수같아 결국은 죽고 싶은.....
힘이 소진될때까지 악의 구렁텅이에서 해멨었다.
인간의 뇌속은 참으로 기이하다.
달래줘도 약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가 일정한 양 만큼의 퍼 붓기가 지나면
거짓말처럼 평온이 찾아 온다.
그러면 천사의 얼굴이 되어 돌아 온다.
얼마전 내게 그랬었다.
나 시커먼 동굴에 들어 갔었던 것 같은데 무서웠었어.
발버둥 치고, 소리 지르고....했던 기억이 어렴풋 한데....
그 동굴속 시커먼 공간에 갇혀있던 동안의 행태를 알고는 울면서 말했었다.
이해해 주라. 지금은 내가 자네에게 해 줄께 아무 것도 없으이...
내 저승 가 꼭 갚을께.
깊은 잠을 자고 나면 다시 밝은 얼굴로 돌아 와서는 어제는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면 난 이틀동안 시달렸던 고단함을 털어 내고...
까슬한 입 맛에 맞을 누룽지를 눌려서 누룽밥을 만들어 주리라.
햇볕이 내리 쬔다.
몸이 나른하지만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빠져 이것
저것을 널것을 널고 쏟아지는 햇볕 아래 섰다.
햇볕이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볕에 널고, 말리고....햇살에 바삭해진 빨래의 촉감과 마른 햇살의 내음과 바람의
내음을 삶의 그늘에서 눅눅해진, 아픈 내 가족들의 마음에 얹어 주리라.
그리고 볕이 지면 나 만의 공간에서 사랑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내 영혼을
위로 하기 위해 난 다시 꿈속을 걸어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