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던 무더위도 어느 덧 제 갈길을 알고
떠나려는 듯 오늘은 시원한 소나기가 잠시 내렸네요.
이젠 곧 가을의 잔잔한 미소가 오는구나 ..
생각하고 있는데 태풍하나가 올라오고 있다하니
순간 가을의 미소가 살인미소가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되옵니다.
오래간만에 아컴에 와서 글들을 골라 읽으며
마당님의 운전면허에 대한 글을 읽고 보니 순간 웃음이 나서
혼자 웃고 가자니 심드렁하야
언젠가 (3년전)에 콩방에서 올렸던 글하나를
마당님의 답글 삼아 올리고 갑니다..
운전초보 여러분에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록 재미있는 글이오니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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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자동차 면허를 일찌감치 따 놓은지라
난 늘 언제고 운전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때 마침 내 친구가 타고 다니던 티코차를 판다는 소리를 듣고
대전사는 동생이 자기가 그 자동차를 사겠다며
그 차를 가지러 우리 집에 왔다.
서울 사는 둘째동생..
막내 동생 오면 그 차를 타고
자기 집에 와서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하길래
난 남편 직장도 그 근처이기도 해서
선뜻 집을 나서며 남편한테 전화를 했다.
"선영이하고 서울 갈게."
"운전은?"
"선영이 연수해서 운전 잘하니까 걔가 하고 가면되지."
"조심해서 와라."
그렇게 전화를 끊은 후..
난 우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 도로를
외제차 시승식이라도 하듯 동생이 먼저 운전한다는걸
만류?하고 내가 먼저 운전대를 잡고보니
오호라~~
슬~슬 운전하는 재미와 자신감이 불끈 솟아 오르는게 아닌가..이론~ㅋㅋ
"선영아 서울까지는 내가 몰고 갈테니 집에 올 때는 너가 해라!"
"안돼!!!.언니는 연수도 안 받았잖아!!"
"참내 걱정 말라니까..나 몇 번 운전해 봤어..가자.."
(--;뻥이다..아파트 주차장만 몇 바퀴 거북이처럼 빙빙 돌아 보았을 뿐이다.)
"그럼.. 내가 먼저하고 언니가 올 때하면 안돼?.."
"야~서울 가는 길도 내가 더 잘 아니까..넌 걍 길이나 잘 익혀둬..."
이리하야 난 겁도 없이 꼬맹이 두딸들
뒷 좌석에 턱 태우고는 운전대 멋지게 잡고는
폼~ 나게 분당을 서서히 빠져 나오고 있었다. 하하^0^
그렇게 잠시 몇 번의 신호를 받고 가면서...
점점 난...예상치 못한 두려움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ㅡㅡ;
신호대기 앞에 내차가 맨 앞에 서면 어쩌나..
갑자기 녹색신호가 황색신호로 바뀌면 어쩌나..
아띠..그런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동생이 있는 집은 강동이기에
중부도로를 타기위해선 판교구리 도로를 진입을 해야만 했다.
난 바보처럼 그 도로를 타면 운전이 무쟈게 편할 줄만 알았다.
신호도 없고 걍 무식하게 일직선으로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 -;;
근데 그기 아니였다..
2차선으로 가고 있는 나를 추월해 가는
우람한 화물차를 보면서
우리의 티코는 점점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우리의 용모 단정한 티코가
그 험상궂고 우람한 화물차가 휙~ 하고
추월이라도 할라치면 순간
딱지 뒤집어질듯 휘청거리는 게 아닌가.. ㅜㅡ
감히 화물차가 승용차를 추월해?
티코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꼴에 알량한 자존심의 발동으로
왕 초보 주제에 우리의 티코에게 힘을 주기 시작했다.
"우와..100넘었다..쬐만한 게 제법 가는데..ㅋㅋ"
"언니..앞이나 보고 운전이나 해..아휴~~아무래도 불안하다..
저기서 차 세워..내가 할래...무서워 죽겠네정말!!"
사실......
나도 무서웠다.
하지만 예서 포기할 순 없쥐.
"괜찮아괜찮아!! 걱정 마!!...."
"어휴~내가 언니 때문에 미치겠다.."
참내 운전하고 있는 나보다 더 긴장하고 있네.
허긴 보조석이 더 무서운겨~
내 보조석 생활 몇 년인데 그걸 모르겠노..
더군다나 오리지널 쌩~초보가 운전하니
그 두려움은 배가 될 수 밖에...
사실.. 나도 좀 두려웠지만서두
에라~이만큼 왔는데 뭐 못 갈 거 있나 싶었다.
그런데 ..그.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앞만보고 달리다 순간 중부고속도로에
합류한 나는 그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헉@,@ ..클 났다.."
강동으로 들어가려면 1차선으로 끼어 들어가야 되는데..
오모나~~세상에
고속도로에서 쌩쌩 달리는 그 많은 차들 사이에서
1차선으로....도저히.. 도저히.. 비집고..
들어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흑흑..
에구에구..클 났다..
진퇴양난이 바로 이런 때를 두고 한말이지 싶다.
무쟈게 후회했다.
아까 동생이 한다고 할 때
걍 못 이기는척하고 바꿔 앉을 것을..ㅠ.ㅠ
"언니..빨리 1차선으로 들어 가야지.." (아띠..누가 그걸 모르냐..)
"차들이.. 넘.. 세게 달려서.. 못 들어 가게떠~~." ㅡ,,-++
"엥@@ 뭐..뭐라고??....흠마마..내가 미쳐미쳐.."
"근데 차들이 깜박이를 키면 양보 좀 해주지 왜케~ 세게 달니냐??"
"언니 그럼 고속도로에서 언니 같은 왕 초보를 위해서 차가
서 있어 줄줄 알았어?"
(그러게말이다..쩝..ㅡㅡ;)
"야 ~ 그러지말고 뒤 좀 봐봐..차 오나 안 오나."
"에이씽~알써..그럼 내가 들어 가라면 들어가!"
"-_-+알따.."
"언니!..들어가들어가.!!!.얼른얼른.."
아띠.....
들어 갈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다보면
쌩~지나가 버리고 또 지나가고 또..또....
그 멀리서 보이던 차가
왜 그리도 빨리 오는 거냐구우~~
겁나서 눈치 보느라
못 들어가는 건 생각도 않고
비행기처럼 보이는
그저 죄 없는 1차선 차들만
눈 아프게 째려보고 있었다.
"언니...우리 이러다 서울 시내로 가는 거 아냐??"
(그. 그러게.. 그럼 안 되지.. 안되구 말구...우리가 지금 비행장 갈일있냐..ㅜㅜ)
"야 선영아..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가 뒤에 오는 차보면서 손으로 좀 수신호 좀 보내라.."
"뭐. 뭐라구?..어머나 세상에....에구..내가 미쳐~~"
"그럼 어케하냐 시내 들어가리??"
이렇게 착한 내 동생은 무식한 언니를 둔 덕에
뒤에 오는 차를 향해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손길로
뒤차를 바라보며 팔을 마구 휘저으며
눈물겨운 쌩~~쇼가 시작되자...
이런 긴박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뒤에 앉은
어린 두 꼬맹이들은 순간 즈 이모가 하는 짓을
눈 똥그랗게 뜨고 잠시 바라 보더니
즈이들도 뒤에 무슨 구경거리라도 있나 싶어
녀석들 죄다 뒤돌아 앉아서는
뒤 따라 오는 차들을 바라보고 웃고 있었으니..ㅠ.ㅠ;;
에휴~~아마 그때 우릴 뒤따라오던 차들
그런 우리차를 바라보고 무쟈~~게 웃었을 것이다.
이 무신 망신이람..
내 이럴 줄 알았더라면
썬그라스 라도 쓰고 나올 것을..ㅠ.ㅠ
이렇게 난 간신히 동생의 현란한 수화 덕으로
진땀 마른땀 다 빼고 나서는... 1차선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v
"어휴~~ 내가 언니 때문에 정말
챙피해서 미치겠다... 언니!! 오늘 운전 처음이지??"
"히히.."(들켰당ㅡㅡ;)
"어이구..내가 바보지..왕초보한테 목숨 맡기고 오다니.."
"야!~ 너만 맡겼냐! 칫!"(나도 십년감수했다씽~)
이렇게 힘겹게 운전을 해서
동생네 집에 도착하니
서울 사는 동생 운전석에서
나온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언니가 여기까지 운전하고 왔어??"
"응..너 형부한테는 절대 비밀이당"
"내가 미쳐..언니 나 오늘 큰언니 때문에 챙피해서 죽는 줄 알았어.."
"그만좀 해라~~"^^;;;
에구..그 뒤로 이 사람
운전대 한번 안 잡고 산다는 거 아닌가..
사실 나도 그때 말은 못했지만 무쟈게 겁먹었걸랑요
2001-11-09
..............
위글은 한때 콩트방에 못말리는 부부시리즈로
올렸던 글중의 한편인데 다시 이렇게 수정해서 올리다보니..
감회가 새롭네요..ㅎㅎ
그리고 어느덧 이 글을 쓴지가 벌써 3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운전을 안하고(못하고) 있는 저..ㅡㅡ;
그 끈기와 인내!!
대단하지 않습네까??
사실 11년 무사고 운전자 흔치 않걸랑요..^^;
하여간 운전자 여러분
"고속도로에서 양보운전합시다!!!"
당신도 한때는 초보였듯 초심을 잃지 마시고
초보들이 마음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교통문화
하루 빨리 이룩합시다!ㅎㅎ
(모처럼 올리비아 나타나서 잠시 소란스럽진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