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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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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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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기억하니


BY 동해바다 2004-08-10


    일부러 널 볼 생각은 아니였어.
    혹시나...
    가는 길에 너의 얼굴이라도 잠깐 보게 된다면 큰 기쁨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치려 
    했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게 말해주더라 너의 있는 곳을 ..
    물론 잘 지내리라 생각했었어.
    너와의 정이 무에 그리 깊었다고 날 눈꼽만큼이나 생각하겠니.
    하지만 너의 집이 가까울수록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거야...

    님마중하며 밤사이 노닐던 달맞이꽃이 아침나절까지 환히 피어 있더라..
    하루를 고개 수그리며 얌전히 포개져 있던 꽃잎이 밤이면 밤마다 피어 달과 함께 
    논다던데...
    달님은 햇님에게 자리를 내주었는데 아직까지 피어 접지 못하고 있는 꽃은
    아직 여운이 많이 남아 있었나봐...
    아쉬운 정 햇님에게 나누어 주려는지....

    환삼덩굴이 한적한 길가까지 뻗어 내려오고 자그마한 텃밭들이 오밀조밀
    가꾸어져 있는 가구 수가 몇 안되는 동네였어..
    모두 떨어지고 꽃잎 몇개 달려있는 능소화가 주홍빛얼굴을 담 밖으로 삐죽
    내밀고 있는 모습이 제얼굴 봐 달라고 하는 것 같더라...
    알지? 내가 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년에는 능소화 묘목을 몇개 사다가 심을거야...
    능소화 심어져 있는 이 집에서 몇 발자국만 가면 너희 집이야..
    없으면 실망할것 같은 그런 심정이었어
    무척 기대하고 있었거든...

    길가에 인접한 벽돌집과 그 옆길로 5 미터 후방에 집 한 채가 있더라
    확실히 네가 살고 있는 집이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어..
    걸음의 속도를 늦추면서 두리번 거렸지...

    아....
    저쪽 뒷편에서 너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어...
    후끈거림과 두근거림이 방망이질을 해대면서 내 입에서 너의 이름을 불렀어...
    넌 멍하니 나를 주시하고 있더구나..
    사람 잊는건 시간 문제라더니 날 잊어버린게 확실한 것 같아 순간이었지만
    속상했다..
    
    너의 앞에서 다시한번 이름을 불러보았어...
    순간 너는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 났는지 나를 끌어안고 말았어...
    그래 넌 날 잊을수 없을거야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얼마나 깊은 사랑 나누었니
    넌 몰라도 나는 영원히 너를 잊을수 없어
    가끔 너와 헤어지고 나는 너의 흔적을 눈으로 보고 너의 체취를 맡으면서
    너에게로 향한 그리움이 새록새록 솟아나왔었지..
    
    사람은 일생을 그리워하며 산다더라...
    그 그리움하나를 내게 던져주고 너는 떠났지..
    너와 포옹하는 순간 눈시울이 나더구나...
    날 잊지 않고 있었구나 고맙다.

    옆에는 큰 키를 자랑하며 함초롬히 피어있는 달맞이꽃도 덩달아 환히 웃더라...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래도록 만들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한번 더 볼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나는 너의 등을 두드려주며
    발길 돌렸어...
    뒤에 꽂히는 너의 눈길을 느낄수 있었어...

    너와의 재회가 우연한 만남은 아닐거야...
    인연의 고리가 우리를 다시 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끝이였다면 넌 이곳 아닌 더 먼 곳으로 갔을터이고 
    다시는 나를 보지 못할 세상으로도 갈수도 있었으니까....

    콩밭메는 아낙들이 하나 둘 보이네...
    아침부터 서둘러 나와 잡초와 돌을 골라내는 아낙들의 부지런함을 너도 
    물끄러미 쳐다 보더구나..
    어쩌면 너를 매일 이렇게 만날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
    누가 뭐라하든 말이야.

    경사진 길을 헉헉대며 올라가 공설운동장을 몇바퀴 뛰고 땀을 비오듯
    쏟아 내렸어...
    동이 훤히 틀 시간인데 하늘 한편이 검은구름으로 뒤덮였네..
    운동하기는 참 좋은 날씨야...
    땀내나는 나의 체취를 너는 기억하지?
    줄줄 흐르는 땀을 그대로 놔두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의집 앞으로
    다시 또 갔어....
    발걸음은 한층 가볍더구나...
    나를 알아봐 줬다는 기분이 내 기분을 한층 업시켜 주었지...

    혹시나 내가 또 올까 싶어 이번에는 문밖까지 나와 있더구나...
    이름도 불러주기 전에 내게 다가왔어 너는....
    더 반가운 모습으로 내 허리를 부둥켜 안았어..더욱더 세게 말이야..

    헉!!!
    그런데 내 옷이...
    비록 땀으로 젖은 옷이지만 이내 흙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어..
    너 정말 그 버릇 고치지 못했구나...어쩔수 없는 너는 전생에 두더쥐였나 보구나..
    너와 헤어진 그 이유가 그때문이었는데 몰랐니.
    에그 쯧쯧쯧....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좋구나..
    흙투성이인 손으로 내 몸을 더듬는 네가 그래도 좋구나...
    정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어...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손 흔들며 인사하는 내가 참 우스웠어...

    넌 동물이잖니....
    그런 너에게 손을 흔들다니....
    
    너와의 만남에 여운 남기고 달맞이 꽃처럼 꽃잎 접지 못하고 가야할 시간이야..
    이제 널 보기 위해 매일 달려올게...
    잠깐이지만 오며가며 널 만날수 있다는 기쁨이 날 웃게 만드는구나...

    너는 천상 흙을 밟으며 맘껏 파헤칠며 놀수 있는 그곳이 너의 집이였어
    마음좋은 주인만나 지금껏 잘 있어주어 고맙구나..
    건강했던 네가 조금은 걱정 되었거든....
    그사이 초.중.말복이 지나갔잖니...
    그렇게 건강한 몸으로 잘 지내준다면 더이상 뭘 바라겠니

    자꾸 너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오늘이구나...

    * * * * * *

    두어 달 살다 우리집 화단 다 망쳐놓고 흙 파헤치는 금동이를 어쩔수없이
    몇집 건너 건너 주었습니다.  묶어놓고 키우기는 싫었거든요...
    근 한달만에 만난 금동이와의 해후가 정말 두근거렸습니다...

    우리 인간의 만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