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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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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응애에요


BY 동해바다 2004-07-28


거실에 앉아있는 내게로 코끝을 자극하는 향내가 바람과 함께 들어왔다.
5월의 아카시아가 한여름 다시 피어난 듯 실내를 가득 채운다.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
일상의 한부분인 베란다로 나가 출처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동양란이 제법 꽃몽우리를 크게 만들며 터트릴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난에서 풍겨나온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을 불러 향내 맡게 하며 동양란의 은근한 향과 서양란의 화려한 꽃모양에 대해
설명하며 자칭 꽃박사는 잘난척 유세 떤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맡아지는 향내음에 베란다를 들락거리는 횟수가 배로 증가하였다..
떡잎 떼어주며 자세히 살피던 중 구석진 곳에 놓아 두었던 초목에서 자잘한 흰꽃들이
무수히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이파리는 병이들어 희끗희끗한 점으로 가득한데도
건강한 꽃들을 피워내고 있었다.

세상에나....
아카시아 향처럼 달디달고 내 마음까지 자극했던 향은 그 꽃에서 풍겨나왔던
것이었다.

유자나무인지 감귤나무인지...
십여년 전 언니의 집에서 가져온 화분, 그때 노란 과실이 달려 있었다는 기억외엔
특별한 나무이름도 알지 못하며 그저 홀대받으며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내 눈길,
손길이라고는 끌지 못했던 화분이었다.
그래도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는 윤기흐르고 건강했었는데 화사한 꽃들에 밀려
저리 홀대받는 화초로 전락했으니 내 책임도 컸다.

아!

전혀 손길받지 못한 이 화분 하나가 베란다를 향기롭게 만들다니 이아니 고마울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위하여 꽃피우며 향기 보내는 숨은 천사같은 나무..
마치 우리들의 인생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주역들 뒤에 모습 드러내지 않으며
한층 그 주역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숨은 일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동양란에서 나오는 향인줄로만 착각하며 꽃몽오리 어루만지며
사랑을 듬뿍주지 않았던가..

허긴...
좋은자리 차지하며 남들보다 손길 더 받고 온사랑 받아도 이런 꽃 피울수 있으리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앞에서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뒤에서 은근한 향을 풍겨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나는 좋다.

무수한 꽃을 피워내는데 한몫했던 잎새의 병명을 찾아보니 '응애'라는 병이다.
식물의 잎에 침을 찔러넣고 액을 빨아들이는 일종의 해충이란다.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응애....
아기 울음소리의 표현과 함께 콧털가수의 앗 응애에요 하는 넉살스런 표정이
떠올라서 말이다.
'응애'라는 병충해를 없애는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싸이트에 사진과 함께
올려놓고 화문석 깔려있는 거실에 팔자로 드러 눕는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분다.
햇볕은 따갑지만 거실에 누워 자연바람을 받아 들이니 선풍기가 필요없다.
바람타고 들어오는 열매에서 나는 향과는 전혀다른 꽃내음에 오늘도 취한다.

* * * * * * * *

우리 집의 꽃 모두와 덩달아 자기도 꽃인냥 풀꽃들 속에
건방진 모습으로 얼굴 내보이고 있는 조화 몇 개입니다.
글 속의 주인공은 맨 하단 왼쪽에서 두번째 얼굴이랍니다
제 얼굴 눌러주면 커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