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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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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이야기...첫번째.


BY 새봄 2004-07-28

내 작은 손안에 꼭 쥐고 있으면 티하나 없는 맑은 얼굴이 가려지고.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투명 창이 뚫어져 있고,
냇가에서 주운 하아얀 차돌같이 이쁘고 맨질맨질한 촉감하며,
거기다가 돌처럼 무겁지 않고 새털처럼 가벼운...요건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고음질 64화음이 뭔뜻인지는 몰라도 감미로운 음악에 반할지경이다.
고화질 26만 컬러, 재주도 좋다. 조그마한 요것이 다양한 색상으로 나의 눈을 유혹하다니.
전화번호를 천명까지 기억할 수 있는 기억력과....이쯤하면 누굴 이야기 하려는지 알겠지?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며칠전에 산 핸드폰이라서 그런지 새로 구입한 책 같다고 할까...
새로 사귄 애인이 이럴까? 애인하고 비교한다는 건 황당하지만서두...

핸드폰 이야기를 하려면 6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
그때 당시엔 조신한 얌전표 주부였단다. 너도 그건 인정하지?
네가 서울 시내에서 영화 보여준다고 아무리 꼬셔도 안 나갔던 나잖아.
이런 속담 있잖아.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 간다고,
이 속담은 나를 두고 전해 내려 온 건 가 봐
첫사랑을 다시 만난거야.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말이야.
6년전엔 주부들이 핸드폰을 너도나도 가지고 있던 시절이 아니였거든
주부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면 비밀스런 통화를 하는 뭔가가 있구나하고
색깔있는 안경을 끼고 그 들을 봤었거든.
근데 사람의 일이란 장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더라
내가 그런 여자가 되어 핸드폰을 준비하게 되었지 뭐람.
첫사랑이란 골 빈 남자가, 하긴 그때 당시엔 죽어서도 나랑 같이
한구덩이에 묻히겠다는 남자였지만 그 사람이 핸드폰을 사 준거야.
나랑 비밀스런 통화를 오랫동안 영원히 하고 싶어서였겠지.
까만색 핸드폰. 그때의 유행색이었으니까.
우리의 색깔과 흡사했지 거무틱틱한 만나지 말아야할 사랑의 색.
둘만의 공식적인 비밀 통로를 만들어 놓고 히히덕거렸으니...
그 순간만큼은 몸 한군데가 타 들어가도 몰랐고 가정이 붕괴되어도 모르게 행복했었지.
그런데 곤란한 일이 벌어지고 만거야.
남편이 내 생일날 선물이라며 그 사람보다 더 좋은 핸드폰을 사 들고 온 거야.
첫사랑이 사 준 핸드폰을 내 침실에 감춰두고 남편이 들어오면 꺼짐으로 눌러 놨었는데
그 핸드폰을 내 보이자니 남편이 색안경을 끼고 날 볼 것이고,
그때 당시 남편은 날 의심하고 있었거든,
흔한 말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었던 상황이었으니까.
남편이 사 준 핸드폰을 쓰자니 첫사랑이 삐질 것이고,
남자의 질투는 여자의 질투보다 강하거든.
그리고 그때 당시는 첫사랑 없이는 못살 것 같은 내가 더 미치년이었으니까.
결국은 핸드폰 두 개를 가지고 첫사랑이 사 준 건 감춰 두고서 첫사랑 전용으로만 쓰고,
남편이 사 준 건 떳떳하게 내 놓고 쓰게 된거야.
아...머리 뒤집어지게 복잡하데. 침대 밑에 쑤셔 넣었다가 가방 깊숙히 휴지로 싸서 감췄다가
장농속에 밀어 넣었다가 옷장 헌옷 주머니게 찔러 넣었다가
에고..내가 내 명에 못살지 싶드라.
두 개가 동시에 울릴땐, 하나는 진동으로 하나는 음악 소리로 해 놓았는데...
에고...내가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았거든.
결국은 첫사랑이 사 준 걸 돌려 주기로 결정을 내렸어.
첫사랑이 삐치드라고, 속이 좁쌀알처럼 비좁았거든.
그래도 어쩌겠냐고...결국은 남편이 사 준 핸드폰으로 통합을 해 버렸지 뭐...

그러던 와중에 친정 엄마가 이러시는거야.
교회를 가도 친구를 만나도 엄마만 핸드폰이 없다고
큰아들에게도 막내아들에게도 나에게도 말씀하셨던거야.
솔직히 말해서 엄마 나이에 핸드폰 없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말이야.
갖고 싶다는 말은 직접적으로 안하셨지만 그게 부러우셨던거야.
그러니 큰 딸이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내 핸드폰을 엄마를 드렸어.
마침 집에 헌 핸드폰 하나가 어찌저찌해서 우리집에 굴러 다녔거든.
헌 핸드폰을 엄마에게 드릴 수 없어. 거의 새거다 싶은 내 핸드폰을 드렸어.

너댓살 먹은 신발만하고 주먹만한 돌멩이 무게 정도는 되는
핸드폰을 그래도 좋다고 내 옆에 항상 두고 살았어.
남편에게 전화가 오면 퉁명스럽게 받고
첫사랑에게 전화가 오면 순박한 산골 처녀가 한 남자를 처음 알아서
밤 낮이고 그 총각놈에게 달려가
제대로 말도 못하고 몸만 비비꼬다가 대답이나 겨우 기어가듯 말하다가..
암튼 바람난 처녀처럼...몸을 비비틀고 코맹맹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지.
누가 옆에서 들었다면 "미친년"내지는 "화냥년"이란 말을 분명했을거야.
들어도 싸지, 대 놓고 해 대도 싸지...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