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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기--4) 다시 한번 만나 뵐 수 있다면


BY 라메르 2004-07-26

늦었지요?  3)의 연결편 입니다.


서울로 가는 고속 버스안은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 중에는 내 또래의 아이도 몇 명 눈에 띄었는데
그들로 나처럼 등록 마감일로 숨을 헉헉거리며
버스에 올랐을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해 봤다.

버스안은 히터가 뿜어 내는 열기로 추위에 얼었던
내 몸은 解凍(해동)된 생선마냥 흐물거렸다.

초행길인 서울.
차가 밀리는 것 같은데 제 시간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난 눈꺼풀이 무거워 지는 걸
이기지 못하고 잠 속으로 미끄러지기 시작 했다.

잠 속으로 한 걸음 또 한걸음...
두 어걸음 간 것 같은데 누군가가 날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았다.

"다 왔어요. 일어 나야 해요." 한다.
남자다.
흰 셔츠를 입은 40대 후반의 내 옆자리의 아저씨다.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것 같은데 내려야 되니 어쩌지?
하는 아저씨의 한 쪽 팔위의 셔츠가 심하게 구겨져 있고
얼룩져 있었다.
밤새 기차에 시달려 꽤재재한 몰골로 정신없이 아저씨의
팔에 얼굴을 문질렀나 보다.

미안해 하는 내게
"하나 사 입지뭐." 하시면서 내가 정신을 수습해 하차 할
때 까지 기다려 주셨다.

고 2때 였나?
이른 등교때문에 아침 식사를 거르고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딸을 위해 그 한 해 바쁜 시간을 내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따뜻한 도시락을 날라다 주던 父情의 기억과 겹쳐 차에서
내릴때는 눈앞이 어지러웠다.

아저씨는 부산에서 의료기 제조업을 하신다 했고 바이어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 했다.

내 사정을 전해 들은 아저씨는 어리버리한 내가 미덥지 않았
는지 약속 시간을 뒤로 미룬 체 도로 한 가운데로 들어가 택시
를 잡아 오며 토요일이라 차 잡기가 힘들어서...하신다.

택시비며 점심 값, 돌아 갈 차비까지 챙겨주신 아저씨는 약속
장소인 신촌에서 입학금 납입하는 걸 보고 돌아 가셨다.

받아 쥔 명함위로 눈물이 톡 떨어 졌다.
꼭 성공하시게.
쉽게 좌절하지 않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 나도 참 기뻤다네.
하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연하다.

스물의 홀로 떠나 처음 만난 낯선 세상에서 세상은 참으로 따뜻
하고 살맛 나는 곳임을 보여 주셨던 그 분.

명함을 잃어 버린 난 그 후 그 분을 만나 뵐 수가 없었다.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