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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풀꽃들의 자리는


BY 동해바다 2004-07-25


    정선군 고한읍 싸리재(1,268m)∼금대봉(1,418m) ∼고목나무샘∼분주령∼대덕산∼
    검룡소∼창죽동(태백시)....총 5시간 


    마당에 있는 풀꽃들이 더위에 지쳐있다.
    그나마 야생초들은 더위에 강해서인지 제 빛을 발하고 있지만 웬지 안스러움이 
    가중된다. 실내에서 키워야 할 여린 화초들이 빗물로 깔끔하게 목욕을 한 반면
    강렬한 햇볕으로 잎새 말아 올리며 타들어 가고 있다. 어떤 것들이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할 지 혼란스러운 더위에 멍해지는 하루의 시작이다.
    
    장마가 끝나기 바쁘게 기온은 급상승 우리의 체온까지 육박하며 살인더위라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다. 숨이 탁 막히면서 호흡조차 곤란한 내 생애 처음 겪어보는 
    뜨거움과의 전쟁, 이 더위에 무슨 산행이냐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묵살하며 한달에 
    한번 만나는 삶의 안식처를 찾아 시원한 냉방기운이 도는 버스에 올랐다.

    구비구비 버스는 고개넘어 산을 오르고 산행에 대한 예비지식을 귀에 담으며 
    신발끈 동여 멘다.  함백산행의 출발지와 같은 정선군 고한읍 싸리재, 생태계 보호
    구역이라는 지식을 얻어듣고 나선 초입부터 동자꽃은 주홍빛 자그마한 모습으로 
    마중나와 얼굴 내밀고 있다. 여전히 산은 자욱한 안개로 한꺼풀 뒤집어쓰고 우리들을
    반긴다. 작열하는 태양은 어디로 숨었을까. 먹구름과의 대결에서 밀려난 태양은 산행
    내내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안개비와 바람만이 산 속의 우리들을 더욱 그 안으로 끌어 
    들이는 역할 만들고 있었다.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거센 바람과 안개비에 육중한 아줌마들도 흔들린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이 흔들린다. 살갗에 와 닿는 촉촉함과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땀과 비에 젖어간다. 싱그러움에 산행초보는 모든 시름 밖으로 토해 낸다.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쉬어가는 산, 내리쬐는 햇살조차 초록의 수목이 아름다워 
    잠시 접어두는 짙푸른 산, 어머니의 품 속이 그리워 자꾸 품안으로 들어가듯 풀숲을 
    지나 초원을 만나고 하늘 맞닿은 초원에서 연두빛그림 수십 장을 마음에 담으며 
    다시 숲속으로 들어간다. 능선따라 가는 길 솜이불처럼 폭신함이 발의 피로를 가시게 
    해 주며 오르는 길 짠맛의 땀은 오무린 입으로부터 문전박대 당하며 목으로 주루룩 
    흘러 내리게 한다. 위를 보며 오를 때의 힘겨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림의 폭이 작다고 재미없어 함에 나는 할말을 잃으며 묵묵히 발밑만 
    보고 올라간다. 한뼘 남짓한 숲길 삐죽 얼굴 내민 비비추는 나의 힘듬을 알까. 
    초원에서 만난 수많은 종류의 야생화들 이 생태보호구역이라는 푯말처럼 군락을 
    이루며 크고 작은 꽃들로 자태를 과시하고 있다.

    하늘말나리 짚신나물 터리풀 동자꽃 이질풀 기린초 노루오줌 미나리아재비 ....
    헤일 수 없이 많은 야생화는 야릇한 유혹을 던지며 스스로 저 자신을 방치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는 소유욕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산속의 돌과 나무 풀꽃들이 인간의 
    손을 거쳐 수목시장으로 가정으로 들어간다. 얼마전 야생화 전시회에서 산 제비
    동자꽃과 상록패랭이, 부처꽃 등이 그 과정을 거쳐 우리 집으로 오지 않았던가. 
    모든 만물은 자기 자릴 지키고 있어야만 그 아름다움을 발할 수 있다. 작은 화분 속에 
    생명 유지하고 있는 야생화들이 과연 얼마동안 나와 함께 내 눈을 즐겁게 할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런 꽃들이 야생 그대로 유지된다면 빛과 생명 더 오래갈 수 있을텐데, 
    인간의 욕심 하나만으로 희생되어 온 자연에게 우리가 되돌려 줄수 있는 것이 무엇
    일까.  있는 그대로 즐기고 바라만 봐도 모자랄 자연의 혜택인데 한없이  베푸는 자연을 
    배신하고 훼손함에 고개가 수그려진다. 까짓 하나쯤이야 하는 사욕이 희귀종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야 하는 사태까지 오게 되었으니 안타까움을 금할수 없다.

    대덕산 정상을 지나 한강의 발원지라는 '검룡소'는 상징적일뿐 숲속길 따라 만난 
    실제의 발원지 고목나무 샘을 만난다. 한강이 퐁퐁퐁퐁 샘솟고 있었다. 이 물이 흘러
    흘러 내를 만들고 강으로 흘러들어가 우리나라 젖줄인 한강을 만들고 있다. 한모금 
    마시며 한강물 맛을 보았다는 묘한 기분에 들떠 힘찬 발걸음 다시 내딛는다.

    나이를 알수 없는 나무가 양팔벌리며 특이한 자세로 버티고 있는 곳에 가지고 온
    먹거리들을 펼치며 마음의 점 하나하나 찍는다. 다리가 무척 아프다. 숨고르는 것도 
    버겁고 들숨과 날숨이 규칙적으로 나와야 하건만 짧은 들숨에 현기증마져 인다. 
    모두들 쉽다는 산행이라고 하는데 나만 힘들어하고 있다. 점심시간만이 내겐 숨고를 
    편안한 시간이었다. 고생을 사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어찌 이런 산행이 
    고생일 수 있으랴. 내겐 더 험한 산행도 도전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으로  한술 뜨는  밥이 그저 달기만 하다.  

    이끼두른 굵은 피나무는 비싼 바둑판의 재목이 될 수 있다는 산악회장님의 말씀과
    곁들여 회원들의 구수한 입담으로 배불림을 내리고 한시간만 가면 끝이라는 말에
    산행이 너무 싱거울 것 같다는 툴툴거림을 들으며 발길 재촉한다. 

    깎아지를 듯한 경사로 서행이 되고 흙 밖으로 돌출되어 나온 나무뿌리에 미끄럼을 
    몇번씩 타며 엉덩방아 찌곤 한다. 
    결국 팔에 타박상 입으며 산행초보라는 딱지를 또 얻게 되었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국립지리원이 공인했다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 소리가 우렁차다.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하여 한강
    물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안간힘을 다하며 꼬리 흔들며 승천하였다는 장소, 기묘하게 
    조각되어 있는 듯 전설 속의 용트림이 세기에 드문 예술작품 만들어 놓고 그 기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얼음물처럼 차가워 발을 담글 수조차 없다. 이 물이 흘러 한강이 
    된다니 조심스러워 더러운 발 거두게 된다.  산행초입 길목이라면 마실 물 몇통 
    만들어 오르는 것도 괜찮을 듯 몸속까지 한기가 들 정도로 차가운 물이다. 내려 흐르는 
    물의 냉기가 피부에 와닿아 땀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하산길 그 시원함을 선물로 주며 
    배웅할 즈음 마법사처럼 나타난 버스기사와 반가운 인사 또 한번 나눈다. 

    생과사를 반복하며 산을 이루고 있는 모든 초목들,  사계절이라는 절기와 적절한  
    기후 속에서 형언할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뭇 인간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수종의 
    야생화들에게 우리는 씻지못할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 파내고 꺾어내며 상처를 주는 
    사람들, 발에 밟히는 미안함이 벌떡 일어서는 야생의 성질로 덜 미안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씨를 말려 버리는 사람들의 잘못은 거두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감추면 
    감출수록 훔쳐보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다. 생태계 보존
    지역의 야생초들이 인간의 손을 타지 못하게 장막을 쳐 놓으니 이것들이 알려져 
    아깝게 파헤쳐지는가 보다.  길이 보호할 수만 있다면 밀림처럼 우거진 아름다운 
    강원의 산으로 이 나라 중추를 굳건히 지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덕이라는 이름처럼 큰덕을 쌓아 다시금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 가는 시간, 엄마 
    품처럼 포근했던 대덕산과 삼척시 하장면의 널널한 배추밭을 뒤로 보내고 뜨거운 
    대지 속으로 들어간다. 

    훅훅 달아오르는 열기와 변함없는 일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