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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모깃불타는 한여름밤...


BY 아침이슬 2004-07-15

 

 

몽글몽글 모깃불 타는 한여름밤...
바람이 선들선들 커다란 살구나무 가지를 지나
접시꽃 빨간 꽃잎위에 앉았다..

마당 한곁엔 돌맹이로 만든 아궁이 위에 작은 솥하나 걸려있다.
솥엉덩이는 시커먼 그을음이 더덕더덕 붙었고
돌맹이도 까만 그을음에 그을려 부지깽이로 지직 긁으면 얼굴위로
주근깨처럼 달라 붙는다..
아궁이 속 벌건 불이 활활 타오르면 부글부글 밥냄새가 코에 와 걸렸고.
살구나무 아래 놓여진 나무 평상위엔 저녁상이 차려진다.

콩밭에 이리저리 심었던 열무 겉절이가 올라왔고.
더운 날씨에 목을 쑥쑥 빼고 자란 상추도 한소쿠리 올라있고.
조선고추라 했던 매콤한 작은 고추도 탱탱하니 반들반들하게 상추옆에 얌전히 담아져 있다.
까만 날된장 한대접은 둥그런 상 가운데를 차지하였고...지글지글  고등어 한토막은
벌건아궁이 적쇠위에 진한 냄새를 풍기며 노릇노릇 껍질을 익히고 있다..

어둑 어둑 어둠따라 희미하던 발자욱소리 마당으로  젖어들면
벼논 김매러 가셨던  아부지 고무신이 먼저 눈에 든다..
흠흠....아부진..
나 왔네 이사람아...그러는듯..헛기침 두번하시어
저녁상 보는  엄마손을  재촉하시나 부다..

윗옷벗어 수돗가 작은 살구나무 가지위에 걸치면
꼬맹이가 쪼르르 수돗가로 달려간다..
반들반들한 빨래 돌맹이 위에 아버지 두손이 엎드려지면
단지같은 물양동이안 바가지가 꼬맹이 손에서 쉴새없이 아버지 허리위에서 물을 쏟아 내린다.
뿌뿌뿌부,.......부.부..부.....
뿌뿌뿌부......부부부부.....풋풋풋....후후후..
어..시원타...어 시원타...고마해도 되긋다.

시원하게 목말(등에서 물을 부어 땀을 씻어내는)을 마친 아부지가 짚을 안아름 안아다 마당가운데 불을 지피신다.
더운 김을 확 뿜어내는 불위에 왕겨 한소쿠리 얹어두면 몽글몽글 연기 뿜으며
모깃불이 피어오른다.

소리도 없고 불꽃도 없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왕겨속에서 모닥모닥 연기만이 피어오른다..
야금 야금 노란 왕겨 먹어 시커먼 숱으로 내뱉는 불씨가 탁탁튀는 소리로 여름 소리를 더한다.
말린쑥 한꾸러미 위에 던져 두면 연기속 쑥내음이 마당가득 자욱하게 번진다..
밥먹다 말고 멏번씩 모기 쫓을 부채질이 뭔 필요가 있나....

쑥향 날리며 피어나는 연기란 놈이 모기에겐 저승사자만큼 무서운가부다.
하늘속엔 별들이 무지 많이 담겨 있다...
수없이  쏟아져 내리는 별빛타고 모깃불 연기가 몽글몽글 하늘로 피어오른다.
가끔씩 눈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연기가 눈물찔끔 짜놓고 날아가기도 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찬기운이 실리고 개구리 울음소리 짙어지면 까맣게 타들어가는
왕겨에 비질을 하여 동그랗게 모은다.

어둠속에  반딧불이 휙휙 날아다니면..그 불빛따라 골목을 헤집었고.
간신히 잡아 궁뎅이를 들쳐보면 야광처럼 파랗게 빛나는 불빛이 정말 예뻐서
조물럭 조물럭 만지작거리면 반짝이처럼 손에 파란 빛이 묻어 났다.
묻어나는 빛이 예뻐서 자꾸만 되풀이 하다보면 어느새 반딧불은 궁뎅이의 빛을
차츰잃어 갔다...
무지 아팠을 텐데....

살구나무 잎 부딪히는 소리가 차르르차르르 커지면
평상위에 여름밤 하늘을 이고 누워 계시던 아부지가 바지 비벼지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 슬그머니 모깃불을 정리하신다.
섬뜰위에 가지런히 고무신을 벗어 흙을 털고 툇마루를 올라
방안에 쳐진 모기장속으로 더듬더듬 기어들면 잠이 먼저 방바닥을 더듬는다..
눈꺼풀이 무거워 스르르르 잠속으로 빠져 들면 꿈속에서도
반딧불이만 쫓아다닌다....땀이 송글송글 맺힌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