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진양말 뒷꿈치에 구멍이 나서
색깔틀린 천쪼가리로 깁어 신고 다니던
유년시절이었습니다
어느해 겨울
전셋방 두어칸
천정과 맞닿은 초라한 다락방 하나
쪽창에 별빛 느즈막히 내려앉던 우리집 제일 높은곳
반쪼가리 다락방에서
떠돌뱅이바람 콧잔등을 건들며 목젖 시리던 밤
빠알간 카시미론 담요 한장으로 넉넉했던 유년의 겨울
천정을 수 없이 달음박질하던 쥐새끼들의 찍찍대던 소리 맞닿아
귀쫑긋 세워 어림셈으로 한마리,두마리,세마리 헤아려보며
유담프 따뜻한 온기 시린발목 감아오던 다락방에서
늦은밤 무거운 눈꺼풀 내려앉을때까지 동생에게 이야기 하나 들려줍니다
플란다스의 개 슬픈동화 이야기 였습니다
네루 소년이 그토록 갈망하며 보고파했던
어느교회의 찬연한 루벤스 그림아래서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질 못하고
영리한 개 파트라슈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슬그머니 눈물적시던 동생의 어린 눈망울에 별빛하나 박혀들던 밤
나의 여린 마음도 그 슬픈장면 떠올라 몰래 소리없이 울먹였습니다
강물처럼 흐른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추적추적 비내리는 회색빛 도시에 갇혀
잠못이루는 난 그 어려웠던 지난시절의
곰팡내 나는 다락방 기억하나
속절없는 향수로 다가옵니다
배경음악 : 윤설희 - 다락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