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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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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BY 호박녀 2004-07-06

오늘 벼르고 벼르다가 자전거를 샀다.

재영이가 타던 자전거는 10년도 더 전에 재영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타던 자전거라 타도 잘 안 나가고 힘들어서 못 탔다.

일부러 남편을 데리고 충남대 후문에 있는 자전거동호회 가게에 까지 갔다.

처음에는 mtb 까지 생각하고 산악자전거를 사려고 했으나

대전 근방만 돌아댕긴다면 생활자전거로 좋은 거 사면 된다기에 그것으로

낙착을 보았다.

가게 아저씨에게 내가 자전거 여행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골라달라고 했다가

옆에 있던 남편이 버럭 화를 내면서 지금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데

또 얼마나 돌아댕길라고 그러느냐면서 그러면 자전거 안 사준다기에

그냥 대전 근방만 돌아댕기는 수준으로 사게 된 것이다.

오자마자 자전거로 구즉 송강까지 1시간20분을 타고 왔다.

바람을 가르며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옆 강가에는 물새들이 물을 차고 날아 오르는 것을 보며

옆 길가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고 때때로 개망초며 유채화,

또 이쁜 분홍꽃들이 다투어 피어 있고 꽃들사이로 나비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달리는 기분이란 정말 짱이었다.

멀리서 산은 푸르고 때때로 고속 철도가 유유히 지나가고

건너편에는 무슨 모임이 있는지 울긋불긋 파라솔이 서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무도 없어서 목청껏 불렀다.

주로 옛날 동요나 가곡이다. 요즘 노래는 아는 것이 없으므로

뱃노래~ 희망의 나라~ 낮에 놀다 두고온 나뭇잎배~

어제는 비가 내렸네~ 까정

너무나 크게 불렀더니 구즉 길이 끝나는 곳에서는

너무 목이 아파서 더 이상 부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어떤 깨달음이 온다. 자전거를 만든 사람도 고맙고 이런 기분좋은 노래를 만든 사람도 고맙고

자전거 사준 남편도 고맙다. 입고 있는 옷을 만들어 준 사람도 고맙다.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는데

받은 것은 정말 많군. 세상 만물이 쓸모없는 것이 하나도 없고 다 있을 자리에 있구먼.

부처가 이 연기설을 깨닫고 성불했다는데...

되돌아 오는 길에는 다리 밑에서 잠깐 가만히 앉아 흐르는 물을 보며 묵상에 잠겼다.

앉았다가 일어나니 힘이 없어서 자전거를 다시 타려니 자꾸만 넘어진다.

뒤에 오는 체격이 당당하고 검게 그슬린 잘 생긴 아저씨가

'제가 잡아 드리죠, 아까는 잘 타시던데'한다.

나는 좀더 넘어지는 척하며 그 아저씨하고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고맙습니다만 연발하고 내 마음을 들킬까봐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페달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