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셋이 모이면 그릇이 깨진다고 했다. 그리고 여(女)자셋이 모이면 간사할 간 (姦)자가 된다.
이말들은 여자들의 섭생을 비하 시킨데서 비롯 되었다고 하면 틀리려나? 그릇이 깨어진다 함은 여자들의 수다를 은근히 비꼬아서 지어낸 속담이려나
한달에 한번 모이는 내 친구들의 면모를 보면은 하나같이 판박이로 찍어놓은것 같은 양처들이다 무려 15년동안 지속된 만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여태것 얼굴 붉힌 적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난 이모임을 좋아하고 이 사람들을 사랑한다. 이 모임이 이렇게 조용하고 굴곡없이 지켜나갈 수 있었던 힘은 딱 한가지였다.
열한명이 모이는 조촐한 모임이었지만 상대방을 위한 배려, 즉, 어느 누구도 어떤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테클'을 건적이 없다는거다.
비록 취지나 생각이 달라도 그에 반하는 의견을 제사할때 꼭 따라 다닌는 수식어가 있었다. "그래, 그래, 그말도 맞아....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함 들어봐 줄래?" 그래서 펼치는 이론에 반박은 절대 하지 않는다.
다듣고 나서 왜 그렇게 될까 또는 왜 그렇게 밖엔 생각이 들지 않을까에 촛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면 합의점이나 교차점을 만나면 서로 좋아한다.
어떨때는 정말로 불쾌할 말을 할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색을 않는다. 모임이 끝나고 나면 개인적으로 솔직한 감정 털어놓고 앙금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다음 모임에 만나도 항상 반가운 마음들이다 .
밖에서 보면 분명 수다스러운 아줌마들이다. 그러나 안에와서 살펴보면 영양가 있는 대화가 주류를 이루고 남의 험담이나 신빙성 없는 말들은 어느순간부터 금기시 되어 있었다.
직접 보거나 들은 얘기가 아니면 입에 올리지 않는 현명함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모여서 수다 떠는거 반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자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발걸음 하지 않는다. 그럴시간 주어진다면 차라리 혼자서 사색 하는게 백번 낫다.
얼마전 모임에서는 참으로 색다른 주제를 가지고 새벽 한시까지 진지하게 대화를 했는데 그 주제가 흥미로운 부부생활에서의 '性에 대한 민감한 주제였다.
어쩌면지금까지 맘속에 가두어 놓고 이제나 저제나 뱉을날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마디씩 털어놓는 고백에 친구들은 서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세상에.......그런일을 겪고 있구나..참으로 몰랐다........'
언뜻 들으면 '음담패설'이라고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 분명 그것과는 맥이 틀리다.
불쑥 털어 놓기가 쉽지 않은 부부간의 性 트러블은 누구나가 안고있는 과제였다. 다만 말을 하지 않고 살기에 다들 원만한 줄로 속고 있을뿐이지 감추고 있는 진실은 의외로 모두가 공감하는 아픔이고 아킬레스건이었다.
친밀감을 더해주는 대화는 역시 이 주제가 제일 적격이었다. 겉도는 일상의 얘기 보다는 좀더 깊이 들어간 부부간의 얘기에 우리는 더 밀착된 느낌이었다.
진즉에 털어 놓았어야 할 고백들을 15년동안이나 입닫고 있었던 미련함을 무던하다고 칭찬을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면박을 줘야 하는지는 몰라도 참으로들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대화의 장점은 서로 주고 받는 순간에도 생각이 담긴다는 거다. 곧바로 반론을 할수도 있고 그에 따르는 설명도 같이 곁드릴수 있어서 좋다.
말의 힘이 세계를 움직이고 사고의 힘이 역사를 만든다. 비록 수다로 비춰질수도 있는 내 친구들의 속살 드러낸 이야기에 내내 고마움이 따른다.
천금같은 내 친구들이있기에 난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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