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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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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위를 걸어가는 그녀


BY Ria 2004-06-28

밤늦은 시간 10년 지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불쌍한 이웃이 있으니 빨리 와서 구제 좀 해 달란다.


“얘가 과부 티내나 난 허락을 받아야 할 몸이야”


하며 평소에 잘하는 농담조로 전화를 받았더니


“그래, 그렇지 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구나”


자조 섞인 말투에 자기의 뜻을 받아주지 않는 나의 반 거절에
친구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외로운 영혼을 외면하는 것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마음약한 나는 또 기꺼이
외로운 영혼을 구제하러 그 밤에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려 달려갔다.
내가 그녀를 외면하지 못하는 건 그녀가 단지 혼자 사는 과부여서 불쌍해서도

아니고 결코 나보다 째끔 예 뼈서도 아니다.

10년 전에 낯설고 물설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그녀는 나에게 제일먼저
말을 걸어줬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 됐거든요 쫌만 기다려 주심 안 될까요?”


10년 전에 막 분양한 아파트에는 새로 입주하는 주민들로 동네가 북적북적 했었다.
이사하는 날 아침부터 잔뜩 찌푸려있던 날씨가 흐려지더니 우리 이삿짐이

새 아파트에 도착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거였다.
먼저 와 있어야 할 사다리차가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사다리회사에다 전화를 했다.
거기서는 분명히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이상해서 맞은편 아파트에 짐을 올리고 있는 사다리차의 상호와 전화번호를

보니 우리가 신청한 그 회사꺼였다.
아니 우리 짐에게는 비를 부조하게 해 놓고 씨방 엉뚱한 곳에서 뭐 하느냐고 따지니
변명해야 할 사다리차 기사는 암말 않고, 그 집 여자가 있는 대로 미소를 머금고
쫌 만 기다려 달라며 쌀쌀 거리네
그 미소가 나 보다 째끔 더 이쁜 바람에 마음 약한 난
“뭐 그렇게 하죠” 하고 말았다.

그래도 내가 큰소리 안내고  교양을 지켜준 덕에 그녀는 내게 언제나 친절하게 대했다.
아니 그녀의 본성이 친절했다
고마웠다고 한 접시/ 맛있는 거 만들었다고 한 접시/ 특별 식 만들었다고 또 한 접시/
먹는 것에 인정 난다고 뭐 나보다 손맛은 약간 덜했지만 맛있는 거 준다는데
거절할 내숭도 아니고 맛있게 먹어줬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낯선 곳에서 만난 짝짜꿍이 잘 맞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이사한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과부가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살아준다던 약속을 깨고 수술한지
몇 개월 만에 그녀와 두 딸을 남기고 한 많은 세상을 떠나갔다.
징징대며 남편 따라 가겠다고 발버둥 칠 줄  알았더니 의외로 그런 말 한마디 않고
씩씩하게 피아노학원도 열심히 운영하고 두 딸도 야무지게 교육 잘 시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기특해 절교 않고 잘 지내고 있었다.
다 낡아빠진 남편의 유품들을 아깝다고 끌어안고 있더니 어느 날 집수리를 하면서
다 버렸다고 자랑처럼 말한다.
난 그녀가 나 모르게 상대라도 생겼나 잠시 오해를 했었다.

 

그녀는 가까운 호프집에서 벌써 맥주한잔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나도 500짜리 생맥주 한 잔씩을 시켰다.
뭔 축하할 일이 있다고 짠 근배까지 하자네
무거운 잔을 억지로 부딪치며 솔로 아줌마가 솔로아저씨랑 연애나 할 일이지
왜 임자 있는 사람을 오라 가라 하냐고 눈을 홀겼더니 오늘만 뭐라고 하지 말고
자기말만 들어 주라네
맥주를 반잔쯤 마셔갈 즈음 그녀의 핸폰이 울렸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꾸~물/ 꾸~물/ 헤~엄치다”


무슨 중년의 여자가 애들처럼 올챙이 한 마리 멜로디가 뭐야


"뒷다리가 쏙/ 앞다리가 쏙/ "


해도 그녀는 전화를 받질 않는다.


“얘~~~! 그 올챙이 벌써 개구리 다 됐는데 전화 안 받고 뭘 해?”


전화는 받질 않고 오히려 나한테 전화기를 내밀며 받아 보란다.
엉겁결에 전화를 받으니 웬 남정네네~~~!
난 전화기를 넘겨줄려다 흘러나오는 혀 꼬부라진 남자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쫑긋하며 들어보니

 

“재~발 내 말 좀 들어 줘요......./ XX씨 올 때까지 여기서 기~이 다립니다~~~~”


“저기요 전 XX씨 아니거든요/  지금요 XX씨 화장실 갔거든요/ 나중에 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고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봤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아무도 아니야......!”


“아니긴~~ 너 오늘 날 불러낸 이유가 이 남자 때문이지 ~~5초 이내로
안 불면 너 연애한다고 동네방네 소문 다 낸다“


그녀는 단숨에 남은 맥주를 벌컥벌컥 다 들이키더니 아예 큰 잔을 시킨다.

 

중년여자의 사랑
그것은 창밖에 세차게 쏟아지는 비바람을 바라보는 듯 한 무거움과
늦은 가을 바싹 거리던 낙엽을 태우는 깊고 아련한 내음과 같은 은근함
함부로 꺼낼 수도 드러낼 수도 없는 조심스런 그런 사랑의 열병을
그녀는 앓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남자라면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끝없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여자다.

두 아이의 아빠, 어여쁜 아내, 촉망받는 신분, 그래서 그녀는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남자에게 
그녀는 남편 없는 여자라서 유혹하느냐고 강하게 질책도 했다.
심심풀이 땅콩쯤으로 생각한다면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가보라고도 했다.
예쁜 아내와 이혼을 하고 자식까지 버릴 용기가 있다면그녀의 맘을
움직여보라고도 했다.


왜 독학으로 세상공부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웃어도 운다고하고 울지 않았는데
운다고 불량학생 처럼 보는 세상사람들이 너무 무섭다는 그녀

그럼 그녀가 감당해낼 십자가는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그녀를 향한 대답 없는 부르짖음을 한지도 몇 개월이 지나자
그녀의 간사한 맘이 불길한 징조로 불쑥 불쑥 고개를 내민다는 것이다.
한번만 단 한번만 만날까 하다 부르르 떨며 미친 짓이라고 자신을 꾸짖고
된다/ 안 된다/ 된다/ 안 된다/ 를 수없이 되 뇌이며 자신도 알 수 없는 두 맘이
서로 싸우고 갈등하다 지친그녀
어쩌면 좋으냐고

 

미워하는 사람을 만들지 마라 /
보면 괴로 우나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마라 /
못 보면 괴로 우나니 /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고/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다./

 

법구경의 말을 주절거렸다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감정이나 이성이 자유로울 때 가능하다.
난 친구에게 한 가지만 충고를 했다
감정은 너를 쉽게 무너뜨리지만 이성은 너를 지탱해 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