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너무 아프다. 앉았다 일어날라치면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
또 그 지긋지긋한 불청객(현기증)이 노크도 없이 드나드나 보다.
어젠 식구들 앞에서 괜한 눈물에 콧물까지 흘렸다. 별 큰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괜한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하였다.
아이들은 수선이다. "엄마, 왜울어. 아빠, 엄마 울어요." 두 아들놈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수선을 덜었다. 괜히 엄마 얼굴 빨게게게시리
말이다. 낮에 잠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이들 수선에 남편의
얼굴빛도 어두워진다. "왜그러는데? 말해봐?" 미안했다. 괜한 심통에
삼부자를 걱정하게 만들었으니 그 미안함이 잠을 이루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아침엔 아이들을 깨우는 것이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엔 남편까지 깨워야 했다. 늘 우리를 깨었던
남편이 여전히 이불속에 있는 것을 보니 '어제저녁 나 때문인가'하는
생각에 미안했다. 어쩔 수 없이 작전에 들어갔다. 평소 호칭은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00씨' 하지만 오늘은 '여보야, 그만 일어나자!'
이것도 소용없을 땐 간지럼을 피우는 것이다. 남편의 얼굴엔
함박 웃음이 피었다. 그래야 어울리는 울 남편이다. 무표정보다는
웃음 가득한 그 표정이 잘 어울리니까 말이다.
낮엔 빛이 나더니 또다시 비가 내린다. 울 신랑 아직 퇴근하지도
않았는데..... . 조금 참았다 올것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