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깐 제남편의 변을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말입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여행을 마누라자식들 위해서
감행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25Kg이나 되는 베낭을 지고 다니다 보니 발바닥이 다 갈라진 지경입니다.
웬만하면 마누라 자식들 덜 힘들게 하려고
앉아서 쉬게 해놓고 혼자 뛰어다니고 헤메면서 호텔이며 음식점을 찾아놓은다음
편하게 가도록 하고
목마를까봐 물챙기고
배고플까봐 먹을것 챙기고.
그날도 더워서 미쳐 죽을판에
가까스로 싸고 먹을만한 음식점을 찾아놓고.
말도 안통하고 먹는것도 우리와 다른 외국에서
아이들이 먹을만한 음식점. 그것도 자릿세까지 꼬박꼬박 내야하는
유럽에서 바가지 안쓰고 한끼 먹을만한 음식점 찾아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음식점을 찾아놓고
슈퍼에 들려 물을 사면서
제가 맥주한병을 살 생각으로
특이하고 독특한 모양을 한 맥주병이 있길래 그걸 골라 들고 있는데
아, 이 마누라쟁이가
못마땅한 화상을 해갖구서는
"그게 모야?"하고 묻는게 아닙니까?
어떻게 화가 나는지
그냥 그자리에서 그 맥주병을 바닥에다 패대기를 치고 싶은 마음이
불뚝 치밀어 오르는걸 겨우 참았다니까요.
여행하면서
고달프고 힘든 내가
가는곳 마다 그지방에서 유명하다는 맥주한캔씩 사먹는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데
그래 그 맥주사는걸 못마땅해 하는겁니까?
프라하에서는 양주도 한병 사서 먹었는데
양주는 너무 독해서 정신이 헷갈리길래
맥주만 마시기로 했는데 말입니다.
맥주값이나 물값이나 그게 그거라
자기들 물마실때 나는 맥주마시는건데...
그리고
그날 그 나폴리 핏자와 스파게티 담백한것이
싱싱한 도마토 소스를 올려서 먹으니
먹을만 했어요.
그만한하면 맛있는거지.
낯선땅에 가서 그만하면 맛있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먹을 줄 알아야지...."
...^*^....
마이크를 남편에게 들이대어
직접 들은 대답은 아니지만
미루어 짐작컨데
그날 남편의 심사가 아마 이랬으리라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