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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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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지


BY 그림자 2004-06-22

아버지~~

불러도 불러도 마냥 그리운 내 아버지....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보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과 보고품이 가끔씩은 날 울게 합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음식을 먹을때면 "어~ 울아버지 좋아하던 .... ,아버지 계셨으면 좋아라 하셨을텐데.." 하며 문뜩문뜩 생각이 납니다.

어릴적 울아버진 엄하다 못해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술을 좋아하셨고 친구를 좋아하시는..술을 드시는 날이면 온 가족이 긴장속에서 오늘은 또 무슨말을 하려나 잠이 들었다가도 벌떡일어나 아버지의 귀가길을 반가이 맞아야 했고 행여 잠이들었다하여도 아버지의 구성지고 째렁째렁한 노랫소리에 잠들수가 없는 날이 많았지요.

아직도 기억납니다. 아버지의 그 노랫소리  "낙영선 ~~십리허에~~높고낮은 저무덤은....." 가사가 맞는지는 모르나 그 노랫가락만은 아직 머리에서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젊어서는 다섯아이 키우느라 구경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시고 늙어서는 병이들어 자식들의 가슴에 멍울하나 남겨두고 가신 울아버지....

어릴적 아버지는 한달에 한번 인가 잘 튀겨진 통닭을 항상 2마리씩 봉지에 들고 들어오셨지요. 우린 그날을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가 그날이다 싶으면 잠이어디있나요 아버지 오실때까지 눈이 빨개져라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그땐 아버지의 손에 들린 그 통닭이 왜 그리도 맛나던지요...

학교엘 다니면서 언니들은 떨어져서 다녔지만 전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아버지와 늘 함께 있었습니다. 손톱깍아라 ,머리뽑아라 ,뭐 맛난거 만들어봐라 가까이 두고서는 얼마나 부려먹는지..

그래도 그때는 몰랐죠. 어버지의 정을...어려서 부터 엄하셨기에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못해보았고 다정히 팔짱한번 끼고 어딜 가보지도 못하고, 한번 안아 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고등학교때 성적이 떨어지며 공부를 하지않자 울아버지의 비장의 무기 제방에 있던 tv 앞에 흰색종이를 붙여놓고 "고 장 났 음 . 켜지말것"

이라며 적어놓으셨더군요 . 그런다고 제가아니보나요 뜯어서 몰래 몰래 보곤했죠. 옮길곳이 마땅치가 않아서인가 그걸보고 어찌나 웃었던지..

또 한번은 지금의 신랑이랑 데이트하다 새벽2시가 넘어서 들어가는데 문앞에서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도 대답도 없어서 밖에서 기다리길 30분이 지나서야 빼꼼이 문을 열어주시더군요.

그러고는 한 일주일동안을 아버지와 말도 않은채 기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릴때 그렇게 무서운 아버지도 연세가 드시니 그때 만큼 무섭게는 하지못하시고 나름대로 한다는 것이 그런것이였죠.

대학때는 mt 한번 가는것도 대단한 결심과 함께 엄마와 오빠와 언니들의 도움을 얻어서 겨우 가곤했으니 고등학교때는 어딜간다는 생각은 곧 죽음이나 다름없었죠."어딜 여자가 잠자리를 바꿔가면서 자~~"하며 말씀하시던 모습 ,늘 그러셨어요 "여자는 여자고 남자는 남자지"....

신랑 처음 소개시켜드리던날 울아버지 겨우 세마디만 묻고 방으로 휭하니 들어가셨죠 "고향이어딘가? ,형제는 몇인가?, 무슨일을 하는가?" 대답이 끝나기도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서는 신랑이 갈때까지 문 한번 아니열어보시더군요 . 그러고 나중에 엄마에게 누나도 많고 홀어미니에 내가 고생하겠다며 그리말씀만 하시고는 그냥 자리에 누우시더랍니다.

그리고 석달만에 제곁에서 떠나셨습니다.

언니들은 결혼할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했지만 전 오빠의 손을 잡아야 했습니다.

울음을 참느라 하늘을 얼마나 쳐다봤는지.....

첫아이 낳던날 이틀을 고생하다 수술끝에야 큰아이를 낳았는데 마취에서 깨면서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라고 하더랍니다.

전 기억에는 없으나 옆에있던 울신랑과 오빠가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나요.

지금도 가끔은 신랑과 싸우거나 어쩌다 술 한잔 하고나면 나도 모르게 "아버지"하며 허공을 보며 한번 불러보곤 한답니다.

계셨더라면 울 아이들 많이도 예뻐 해주셨을텐데...

계셨더라면 맛난거 많이 만들어 드릴수 있는데...

한번 안아드리고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말을 하고도 싶은데...

지금은 저기 저위에서 내가살아가는 모습 지켜보며 내 이름을 부르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나도 사랑한다" 하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