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한달동안 먹었던 음식중에 가장 맛이 좋았으며
지금도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라면
단연코 베네치아 피자가 최고라고 우리 가족은 아우성을 칩니다.
베네치아 골목골목을 돌아 허름한 피자 가게
잘생긴 이태리 콧수염 아저씨가
숯불 화덕에서 갖 구어 꺼내주는 피자 한쪽씩을 들고나와
사람들이 뜸한 뒷골목 뉘집 대문앞에
다섯명이 둥구렇게 둘러 앉아 시원한 맥주와
콜라를 마셔가며
한입씩 베어 먹는 피자맛...
파삭거리면서도 존득존득한것이
담백하고도 고소한것이
정말 맛있어서
우리는 두번이나 그 피자로 끼니 해결을 했답니다.
빈에서 밤기차를 탈때
우리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단단히 준비를 했답니다.
이탈리아에는 좀도둑이 많다느니
잠든새 짐을 몽땅 훔쳐간다느니
어떤 여행객이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났는데
뭐라뭐라 지껄이더니
팔둑을 쑥 내미는데
그팔둑에 꺼먼 잉크로 문신 돼 있기를
한글로 "전대 풀어"라 였다는둥
기차에서 잠자는데
마취제를 터뜨리고는 옷까지 벗겨갔다는둥
도둑의 소굴이 이탈리아라는둥
소문에 소문을 무수히 들었으므로
우리는 기차를 타고 문단속부터 철저히 했습니다.
기차 한 객실에는 자리가 6명 정원임으로
우리는 다섯명이지만 자리 6개를 예약해서
아예 우리가족만 한방에 타는 방법으로
비교적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녔지요.
그렇더라도 그 악명 높은 도둑들의 소굴이라는
이탈리아로 가는 기차안.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는 그한몸 한치의 망설임없이
바칠각오로 길 떠난 우리 남편.
기차의 객실 문을 닫고
그 객실문 손잡이에 준비해간 개줄을 묶고
그 개줄과 자신의 혁대를 연결한다음
그혁대를 자신의 목에다가 걸고
불을 끈다음 잠자리에 드는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문을 열면 남편의 목이 잡아당겨 지면서
저절로 벌떡 일어나지도록 만든 장치였습니다.
그모습이 너무 웃겨서 낄낄 거리고 웃다가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검표원이 객실문을 열다가
이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못참고 킥킥거리더군요.
저는 일어나서 차표 검사를 받은다음 다시 자리에 누워서도
웃음을 못참고 혼자 킬킬 거리다가
"좀 조용히 하시죠."
라는 딸년의 차갑고 단호한 이한마디에
자꾸만 킥킥 거리며 벌어지는 입을
손바닥으로 막아 딱 봉하고는 잠을 청했답니다.
아침이 밝아오고
창밖으로 보이는 산은
대리석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에 들어선것을 말해주듯
온통 바위 투성이었습니다.
베네치아에 내려 숙소로 들어가는데
사람들의 피부는 온통 구릿빛이었으며
숙소의 후론데스크에 있던 여자는 어찌나 억세고 드세게 보이는지
불친절한것이 목소리까지 떽떼거려서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방을 잡고
빈의 벼룩시장근처 슈퍼에서 산 농심 신라면을 끓여서
기똥차게 맛있는 아침겸 점심을 먹고
베네치아 시내로 나갔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으로 유명한 베니스
수중도시로 유명한 베니스...
수리중인 베니스의 어느 건물에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습니다.
"예술은 우리가 가는곳에 있는게 아니고 우리가 발견해 내는것이다."
백번 옳은 말이라고 무릎을 쳤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맥락의 그 유명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는만큼 느낀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품이더라도
알지 못하면 느낄 수 없듯
아무리 훌륭한 예술품이
우리가 가는 그곳에 널널하게 널어져 있더라도
알지 못해 그것의 진가를 내눈이 발견해내지 못한다면
내겐 도무지 아무것도 아닌것들,
그것이 예술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