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8.3 날씨 맑음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우리는 쉔부른 궁전으로 갔다.
쉔부른 궁전은 합스부르크왕가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에
자극을 받아 지은 궁전으로 합스부르크왕가가 여름궁전으로 사용하던곳이었단다.
궁전의 본 건물로 들어가는 길이 너무 멀고
햇빛도 너무 쨍쨍내리쬐어
참 걷기가 싫었다.
정원의 나무를 조각작품처럼 다듬어 놓아 보기는 멋있었지만
그늘이 있으면 쉬원하게 걸었을길을 덥고 힘들게 걸었다.
보기좋은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여기엔 맞지 않는것 같다.
쉔부른궁전안은 완전히 역사학습 장소였다.
마리앙트와네트가 여섯살때인가 모짜르트의 연주를 들었다는방과
마리아테레지아 여제가 중국,일본에는 관심을 많이 갖고
중국식방 일본식방을 꾸며 놓았는데
왜, 어째서 우리나라는 빼 먹었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에 남아 떠오른다.
동물원에 가자고 떼쓰는 진원이를 데리고
빈시청사며 빈대학을 둘러보고 공원에 앉아서 쉬다가
점심겸 저녁을 먹고
우리나라 단체관광객을 따라다니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호프부룩궁정앞에 말 동상 두개가 서있는데
그 말은 한발을 들고 세발로 서있었다.
몇만Kg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사람을 태운 말이
네발이 아닌 세발로 한쪽발을 허공을 향해 치켜든채
서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그 동상을 만든 작가는
'저 동상이 쓰러지지 않을까' 고민하고 걱정하다가
급기야는 신경쇠약에 걸려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진짜인지 농담인지 궁금했으나
가이드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사람에게 돈을 낸 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홉프부룩궁전옆에서 길거리 음악가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다가
시간이 되어 빈역으로 가서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가 지저분하고 콤파먼트 좌석이편하지 않았다."
비엔나에서 이틀째 되던날
당시 중1 이였던 둘째의 일기를 옮겨보았습니다.
왜 꼭 둘째거냐구요?
큰애와 막내 일기장은 어딨는지 못찾겠어서입니다.^*^
우리가 한때 재미있게 봤던 만화
'베르사이유 장미' 를 기억하십니까?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트와네트가
프랑스의 왕가로 시집와서
사치스런 생활 즐기다가 시민혁명을 맞게되고
친정, 오스트리아로 도망치다 성난 시민들에게 잡혀
루이16세와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살아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말입니다.
아이들과 쉔부른 궁전이며 프랑스의 마르세이유궁전을 돌아보며
세계사시간에 배운 이야기
만화에서 본 이야기
모짜르트와 마리앙트와네트
베토벤과 나폴레옹의 이야기들을
두루 섞어 주거니 받거니 떠들고 다니니
재미있더군요..
인혜엄마께서 떠나시기 전에 충분히 많은 준비를 하시면
아이들이 역사, 세계사 공부를 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아뭏든....
이리저리 고단하게 돌아다니면서도.
오랫만에 들른 고향집에서
마음속에 두고 오래도록 연모해 오던
뒷집 오라버니의 불켜진 방문만 바라보는듯
슈베르트를 만나지 못한 내마음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어스름
늦은 저녁해는 넘어가는데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한개씩 들려
슈테판 성당쪽에서 괴테의 동상이 있는 공원을 향해
걷고 있는데
합스부룩 궁전 옆에서
검은색바지에 파랑색 V넥티를 입은 뽀얀 얼굴의 청년이
테입반주에 맞춰 바이올린을 켜는것이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어 돔스타일로 천정만 올려 놓고
돔천정 아래는 그냥 아무나 다닐수 있는 도로였는데
그곳에서 그청년은 바이올린을 켜고
바이올린 소리는 퍼져 올라갔다가 둥근 천정에 둥굴게
부딪혀 다시 아래로 내려오며
더욱더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로
우리의 고막을 두드리고
마음을 두드려왔습니다.
"얘들아, 여기 편하게 앉아서 듣고 가자."
우리는 동전 몇잎을 바이올린 통에 떨어트리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 한곡이 끝날때마다
열성으로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바이올린의 노랫소리를 감상했습니다.
곡은 우리가 흔히 들어 귀에 익은 소곡들...
준비한 레파토리가 다 되었는지
처음에 들었던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다시 연주되었습니다.
눈을 감고 간혹 미간을 찡그리고
다리를 살짝 굽히거나 몸을 흔들며
혼신을 다하는 그청년...
아! 그래.. 저 청년이 급기야는 슈베르트를 불러올 모양이야.
좀더 기다려 보면
저 흐느끼듯 애절한 바이올린 소리가 잠자는 슈베르트를
깨워서 내앞에 불러다 세워 줄것이야.
나는 떨리는 가슴으로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쓸쓸한 눈빛을 마주볼 수 있을거야...
그러나!
"출발! 차시간 다 됐다. "
시간이 조금 모자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