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졸업식도 못하구 올라 왔잖어.
맨첨엔 서울이 아니고 인천으루 왔다구.
야아, 그 전기도 안들어 오는 시꺼먼 산꼴에 살다가
저녁때 인천에 떨어졌는데..
야아! 눈알이 핑핑 돌더라 야..
천지사방이 훠언하구 길가세 차들이 빵빵거리는데
다 나한테루 달라드는거 같더라니께.. 엄차이 무서웠어."
"식모살이 갔지.뭐.
인쇄소 하는 사장집이였어. 그래갔구 그때 시골에 달력은 엄차이 마이 보냈었어.
연말되문 달력만 엄차이 찍어대더라. 야."
"아이구 왜 힘들었지. 그집에 딸이 셋에다 아들하나가 있구 할마이 하구
사장부부하구 있었거든.
딸년들이 못 돼 처먹었어.
공부하기 힘들다고 다리를 주물러 달라카는
년두 있구.물두 지손으로 안 떠다 처먹어.
벨이 꼴리구 눈이 티나오는걸 내 갈때가 없어서 참았어.야.그때.
첨엔 반찬을 못해가꾸 튕박두 엄차이 받았어. 글쎄. 요새 애들 중학교 1학년짜리 같으믄
뭘 하겄냐.그쟈?"
"이야.. 그 할마이는 또 을매나 진저리나게 애껴 쌓는지
밥솥에 밥띠기 한개라도 붙어있믄 난리를 치구
거실 탁자 위에 사탕두 시알리 놓는 할마시였어.
그 늙은이하구 나하구는 누룽밥만 먹구 살았어. 내가 참 지금 생각해두
기가 맥혀."
"오래 못있었어. 한 이년쯤 안 돼서 요기 강남에 할마이 할아부지 내외만 사는집으루
왔어. 아이구... 살겄드라. 야.
두 노인네 밥하구 빨래하구 집두 아파트라 청소하기두 쉽구, 아이구 살겄드라. 야.
나한테 잘 했어.
두노인네가 맨날 점순아아, 점순아- 불러재꼈어."
"거서 돈줌 뫘지. 생전 바깥엘 안나가는데 돈 쓸일이 있니 뭐.
거서 먹구 자구, 할무니가 옷두 가끔 사주구. 돈쓸일 없었어."
"아이구 글쎄 거서 나이 꽉 차두룩 있었으믄 좋았을걸 글쎄.
노인네들이 떡을 좋아해서 떡하루 댕기다가 떡방아깐 총각하구
눈이 맞았네. 아하하하 아카카카칵"
"그때 스므살이였어. 아이구 남이집 살이두 지겹구 또 좋더라구.
생긴건 잘 생겼어.
바루 나와서 방 한칸 읃어서 살림 차렸지 뭐.
맨날 남이 살림만 하다가 내살림 하니까 을매나 신이 나든지..
진짜 재밌드라구. 사는게."
"을마 안있어서 방앗간두 샀어. 이야.. 황소처럼 일했다. 야.
임신해서 하두 일을 해서 그런지 첫애가
낳구 삼일두 안돼서 가더라... 딸이었는데..
갸 운명이 그랬지 머. 그게 살았으믄 지금 저 아들네미 둘보다
좋았을걸.. 내 팔자지. 머."
"아들 둘 낳구두 담날루 나와서 고추방아 빻구 참기름 짜구 떡해댔다니까.
이건 야, 아무나 불러서 돈주구 시킬 수두 읎어. 내가 해야지.
그때 내가 삭았어. 아-주 그때 삭았어 내몸땡이가."
"쟤아부지는 그때부터 드러누었었어.
얼굴이 황달이 들어서 노래가지구.. 야. 눈알까지 노래지더라..
병원에 입원시켰다 퇴원 시켰다 이십년을 그러구 살았다니까.
아이구 말두 마라. 야. 환재래믄 내가 진절머리가 난다. 야.
자다가 화장실 갈때두 혼야 못 보냈어. 화장실에서 퍽 씨러지믄
더 난리 아니겄냐."
"혼야 다 했지 머. 이야. 눈오는날 자전거타구 떡 배달하다
미끌어져서 주서 담든거 생각하믄 지금두 심난하다 야.
바람 불구 춘날에 식당으루 쌀 한가매씩 자전거에 싣구 배달 갈래믄
이 존 세상에 나는 왜 이러구 사나 그런생각이 지절루 들어.
그럼 노래를 냅다 불루구 하나님한테 지껄여. 혼자서.
아이구, 나한테 이래 튼튼한 다리를 주셔서
내가 이래 배달 댕기고 장사하구 잘 먹구 삽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믄 기분이 좋아져.
그리구 속 터질때마다 자꾸 웃어. 자꾸 그냥 웃으믄
진짜루 기분이 좋아지더라"
"돈? 쪼매 벌었어. 인제 먹구 살만해.
나 사는집 쪼끄맹거 오억짜리하구 요기 아파트 전세 준거 하나 하구.
글쎄. 요기 아파트는 제법 돈 돼.
요기 상가에 가게 세개 하구."
"아이구 돈있으믄 머하니.. 남편이 없는걸. . 이십년이 다되게
그르구 들눠있다가 갔다니께.
나와서 일할때는 모르겠는데 밤에 혼자 들눠 있으믄.. 이야.. 어떤때는
진짜 보구 싶어서 못살겄어. 야. 한강둔치에 가서 하늘 쳐다보구
노래 한참 불루구 와."
"인제 장사 못하겄어. 요전번에 큰 수술 했잖니.
나, 빈궁 마마여. 크하하하하 하하
빈궁 마마, 심을 못 쓰겄어 야. . . 하하하
장사 그만 해야지. 내가 여서 몸이 아주 망가지믄 애들 짐밖에 더 되겄냐.
그르믄 안되지. 좀 쉬구 그래야지.
친구들 만나믄 재밌어. 너 언제 올래?"
"이야. 용자는 소하구 돼지 마이 키우드라.
미선이하구 미경이 복숙이 봉년이 덕환이 영훈이 봉식이 이래 갔었거든.
돼지 한마리 잡아 놨대.
소두방 엎어 놓고 장작불 지피가민서 통돼지를 요기조기 짤라 가미 구워
먹는데.. 이야.. 진짜 맛있드라.
깻잎 상추에다가 고기 한점 올리고 쌈장 발르고 마늘 풋고추 올리서
쏘주 한잔을 팍 들이키고 아구아구 먹으믄 진짜 맛있어.
쏘주 맛이 사이다 맛이다. 칵칵칵칵칵
너 언제 올래?
너만 올라오믄 우리 동창들 다 모일꺼다.
언제 와? 응?
날 잡을께 그때 꼭 와라."
"장사?
장사 아무나 하는게 아녀. 임마. 넌 남편이 벌어다 주믄 그냥 그거 가꾸
먹구 살어.
장사래는건 내 뱃속에 있는 피가 몽땅 눈물이 되서 바깥으루 나와야
그게 돈이 되는거여.
넌 못 해.
장살 아무나 하는줄 알어?
장사는 냅두구 언제 올껴?
니가 오믄 애들이 다 온댔거든. 꼭 와라..
한번 보자. 어엉? 꼭 와라. 뱅기 값 걷어주께.꼭 와라. 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