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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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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사자의 갈기


BY 엘라 2004-06-12

시간을 보니, 미용실에서 오라고 했던 시간이 훨 지났다.
어쩐지....보자기로 뒤집어 쓴 머리가 무거웠다 싶었고
귀도 잘 안들렸고 두피가 따끔거리는 것 같더라니...
잠시 독서(웹서핑도 독서라고 해주자)에 전념했더니 시간이 그리 가버렸다.

연중 2행사로 하는 파마를 말고 잠시 집에 왔다는걸 깜빡했다.
미용실로 허겁지겁 가다보니 문득 몇년전의 일이 생각나기에
다 볶고나면 집에와 몇자 그릴려고 맘 먹었다.(그게 바로 지금이다)

나으 집중력은 하늘이 내린 집중력인가보다.
어느 한 곳에 집중하면 옆에서 밥이타건 더덕이 눌러붙던 잘 모른다.
내가 그동안 해먹은 세간살이를 모으면 작은 라보로 하나는 될게다.
(또..쓸데없는거 자랑친다)
이런 집중력으로 공부를 했었어야 쓸거인데, 그점은 참 아쉽게 생각한다.

몇년 전, 동서가 우리 식구가 될 때의 일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에 쓸 머리(문득 돼지머리가 생각나는군)를 지지러
평소 수다로 친목을 다지던 사이인 미용실에 갔다.

동서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집으로 오라했기에 또 보자기를 쓰고
집에 왔다.(나도 후리한 시절에는 보자기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짓(?) 따위는
꿈도 못꿨다)  곧 우리집 식구가 될 동서와 사이좋게 시작하고 싶었고
그 몫이 윗사람인 내 선에서 풀어나가야 할 의무감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몇시간이 흘렀다. 미용실 언니는 한시간 반만에 오라고
했는데, 무려 세시간이 흘렀다. 전화통에서는 불이났다.
미용실 언니는 전화에 대고 소리를 막 질러싸댔고, 그러면서 또 한시간이
지났다.
내 생각에는 그랬다. 사람을 들이는 인륜지대사에 머리카락 따위가 파마약에
녹는거 쯤이야 뭘 그리 대수라고 호들갑은....
그날 동서에게 한 말의 요약즉은, 널 동서로 보지않고 동생으로 보겠다고 했다.
유난히 의가 좋은 두 형제가 우리에 의해 갈라질 수도 있다는거.. 우리가
많이 양보해야 그 사이가 지켜질거라며 서로 흔쾌히 합의했다. 다행히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서와 나는 그 처음의 약속을 잘 지켜내고 있는편이고...각설하고.

미용실 언니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내게 기가차서 한마디 했다.
미용에 발 들여놓은지 십육년만에 너같은 애는 처음봤다구.(그래? 고맙게 생각할께)
나도 가끔 내스스로 낯설때가 적지않기는 하다.

네시간만에 푼 머리....그 머리카락은 사람의 머리카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생 한번도 빗지않은  짐승의 갈기였다.
내 나이가 젊고 쭉쭉한 빵빵이었으면 미스코리아 출전 머리였을테고
등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꽃을 하나 꼽았다면 광녀의 머리였을게다.

더군다나 남편이 끔찍히도 싫어하는 브릿지를 과감하게 넣은 상태라(싫어하거나
말거나 이 나이에 누구 눈치보리) 불타는 숫사자의 갈기와 똑같았다.
그 후 머리카락을 진정 시키느라 삼일간 모자를 쓰고 지냈더니
밤이면 가려워서 남몰래 긁기도 엄청 긁었다.

오늘은 다행히 그 때와 같지는 않다.
도전하는 집중력에도 나이가 드나부다.

몇자 그리고 나니..괜히 그렸나 싶기도 하다.
이만...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