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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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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일심동체


BY 사랑하는 이 2004-06-09

 

남편과 아이와 함께 친정아버지 산소엘 다녀왔다.

 

게으른 딸은 아버지 산소 한번 찾는데 늘 엉덩이가 무겁다.

 

대학때 아버지가 돌아가신탓에 남편은 친정 아버지 얼굴을 한번도 뵙지 못했음에도

 

언제나 나보다 앞서 아버지 산소를 챙긴다.

 

그 날도 남편은 산소옆에 무성히 자라난 잡초를 뽑느라 연신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눈물이 났다.

 

일면식도 없는 장인을 아내의 아버지라는 연하나만으로 그리도 정성스러이

 

산소를 다듬고 있는 남편이 너무 고마웠다.

 

'부부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일체감이 우리부부의 사랑을 더욱 공고히 해

 

주는 듯했다.

 

남편과 뜨거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지 이제 십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여느 부부들 처럼 우리의 작은 전쟁은 쉼없이 휴전과 냉전을 반복하고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하기야 피 한방울 안섞인 남남이 만나 가정이란 울타리를 만들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데 사소한 다툼과 화해없이 어떻게 공존이 가능하겠는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나이가 들어 갈 수록 그 싸움의 빈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마도 ...서로가 철이 들어가는 것일테지...

 

그래도 나는 누군가가 내게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이 뭐냐고 물어 온다면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결혼을 해서 그 사람의 아이를 낳은 일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도 오래 살다보니...가끔 서로의 존재가 분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얼굴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있고  존재의 인식 없이도 마냥

 

공기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남편이  익숙한 일상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부부란 ...이런 것이다...

 

비록 ...세월을 합하여 살아 온 탓에 가슴짜리한 존재의 신비감은 없지만

 

어려운일 혹은 고난스러운 일이 생길때 항상 나만의 아군이 존재한다는 그 넉넉함은

 

부부가 아니면 도저히 느끼지 못하는 안온함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