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어느날,
나는 친구들에게
메일 한통을 써서 확 뿌린적이 있다.
내용인 즉슨
생각나는대로 옮겨보면
"얘들아!
울긋불긋 나뭇잎은 떨어져 포도위를 뒹굴고
속절없이 가는인생 쓸쓸도 하여
이궁리 저궁리 신선하고 재밌는 일이 어디 없을까 고심하던중...
나의 뇌리를 번쩍하고 스쳐가는 그무엇이 있었으니...
얘들아!
우리 꼬리를 달고 다니자꾸나!
생각해 보렴.
인간이란 동물도 옛날 그옛날에는 죄다 다른 여타 동물들 처럼
꼬리가 있었다잖니.
우리모두 복고고고고풍으로 돌아가 보는거야.
꼬리를 달자구.
꼬리가 달렸던 시절, 우리인간은
아마 네발로 걸어다녔다지?
다시 네발로 걸으면...
아!! 좋아하는 사람 있겠다.
신발 장사... 신발이 두배로 잘팔릴거 아니겠니?
그러나
우리가 인간인처지에 신발장사 좋으라고 네발로 걸을수는 없고
꼬리를 달아보자구..
두발로 일어서서 걷고
나머지 두발은 도구를 만들어 문명을 발달시킨 우리 인간.
필요없는 꼬리는 저절로 사라져갔겠지.
소리도 없이 사라져 간 우리의 꼬리를 추억 해 보자구.
경희 너는, 단아하고 깔끔하고 윤기 흐르는 꼬리가 어울리겠어.
순자 너는,북실북실 길고 탐스러운 꼬리를 달면 너의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질테고...
선이 너는, 짤막하고 통통하고 힘있는 꼬리를 달아보렴
그리고 언년이 너는 니 좋은 솜씨로 꼬리공장을 차려보렴.
꼬리는 내가 팔지.
"꼬리 사세요아... 꼬리사세요아...
남자 홀려내는데 이만한게 없어요. 여우꼬리. 여우꼬리 사세요아...
어이, 아줌마.. 아줌마꼬리는 이거.. 패랭이꽃을 엮어서 만들었다우...
아줌마 주룸치마 뒤에 살랑 살랑 달고다니면 진짜 잘 어울리겠어...
어이, 아저씨...여기 아저씨한테 어울리는꼬리... 늑대꼬리...
이봐, 총각, 그 청바지 뒤에 말야... 요런 쎄무에 반짝이 박은 꼬리. 요거 달면
뽄새가 확 살아 날것인디...
아가야.. 이쁜 아가야.. 요 토끼꼬리 요거. 엄마한테 가서 사달래라.
꼬리 사세요아... 꼬리 사세요아..."
너도나도 꼬리를 달고 다니는거야.
멋쟁이 아가씨들은 색색별, 모양별 갖가지 꼬리를 갖추어 놓고
요것조것 바꿔가며 달고 다니겠지.
빠리에서 밀라노에서 뉴욕에서 카메라 들고 몰려들 올것이야. 꼬리 취재하러.
곧 전세계 사람들 너도 나도
꼬리를 달고 살았던 우리들의 그시대,
잊었던 먼먼 옛이야기를 추억하며 한동안은 쓸쓸하지 않으리라.
그러니
얘들아!
우리 꼬리를 달고다니자.
"
편지 받은 친구들
이날 이때까지
일언반구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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