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서점엘 갔다.
매장안 곳곳에는 아직 한글도 채 뗐을까 싶은 어린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이 유난히 많았다.
우리나라 엄마들의 그 극성스런 교육열을 절감하는 풍경이었다.
그들속에 이방인이 되기싫어 아이에게 책 한권 들고 오게 해서 나도 열심히 책을 읽어
주었다.
잠시 후 내 등뒤에서 아주 유창한 발음의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왠 영어?' 하고 뒤 돌아보니 세상에...3살도 채 안된 아이를 곁에 앉히고 아이엄마인듯한
한 여자가 숨도 안쉬고 주절주절 영어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는 너무나 당연한 몸부림에 얼굴이 죽상이 되어 있었고 아는지
모르는지 영어발음이 꽤나 유창한 그 엄마는 아주 흥이 더 나서 책읽기를 도무지 포기하지
않았다.
순간, 말 할 수 없는 ....약소국의 비애감이 밀려왔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를 상대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그래야만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내 아이들의 경쟁미래가 참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뿐인가...
간혹 티브이에 영어 신동이 엄마가 나와 인텨뷰하는 걸 보면 아이가 어떻게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태교부터 영어로 했다는 업적아닌 업적을 아주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도대체 영어가 뭐길래 태교까지 영어로 하다니...꼭 그렇게 해야만 하나...솔직히
한심한 생각까지 든다.
모국어를 익히기도 전에 밀크,마미가 당연한 의사소통이 되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참 아프다.
시대와 시류에 맞춰 살아가는게 현대인의 필수요소다.
하지만...여전히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 이줌마에게
있어 영어 조기교육열풍은 ...못사는 나라의 또하나의 치부를 보는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내가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