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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제가 할 일 없을까요?


BY Dream 2004-06-07

시장갔다 돌아오는길에 벼룩신문 한장을 집어들고 온다.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은 노상 하고 산다. 그러나 항상 집에서 노는게 나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하게는 밥만 먹고 똥만 싸는게 내가 하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넋빠진 생각만 하고 있는 자신이 또 한심
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거실바닥에 벼룩신문을 활짝 펼쳐 놓고 들여다 본다.

구인광고...
학원강사.... 중학생 내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이젠 버겁다.
유흥업소.... 써 주지도 않고 갈 생각도 안한다.
식당,설겆이... 만만한 일인데 밤늦게까지 해야된다.
공항에 있는 스넥코너에서 낸 광고가 보인다..
마흔넘은 아줌마는 곤란하단다...
식품회사 모니터... 마트에서 이거 저거 시식시키며 물건 팔란다.

그리고는 모두 큰돈을 벌 수도 있고 일하는 시간도 아줌마에게 적당하되 무엇이든 팔아서 돈을 챙겨 가라는 곳들이다.

'무엇인가 파는것'

그것이야 말로 경제행위의 중심이 되는 일이다.
팔아야 된다.
그래야 그 물건을 만든 공원도 먹고 살고
그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재료를 공급한 사람도 먹고 살고
그 회사를 관리해주는 사람도 먹고 살고
사장은 이익을 내야 본인도 먹고 살고 세금도 내고
그세금으로 내새끼들이 자라나는 이나라도 운영이 된다.

팔려야 되는것들은 많다.
콩나물 두부에서 부터... 비행기에 유람선 웃음까지....

'내가 팔 수 있는 것은?'

골똘하게 생각을 하며 벼룩시장, 정보지를 살펴 본다.

00화장품 판매
00정수기 판매
00자석요 판매
.
.
"영업사원 모집. 000 싱크"

씽크대 회사의 광고가 눈에 들어 온다.

'그래, 이왕 팔려면 물건 등치도 좀 되고
물건 단가도 좀 크고...'

씽크대를 팔아보기로 작정하며 싱크대 회사 전화번호를 꾹꾹 누른다.

"따르릉..."

"여보세요. 000 싱큽니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다.

"예에.. 광고 보고 전화 했는데요. 영업사원 모집하시지요?"

"예. 그런대요."

"예. 제가 좀 해보려구 하는데요."

"예? 저희는 남자사원을 구하는데요."
귀찮아 죽겠다는듯한 목소리다.

"예에. 그래도 제가 잘 할 수 있을것 같거든요?"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짜증 스러운가보다.

"저는 아줌만데요.. 나이가 무슨 상관있겠어요...
제가 전화 받으시는분 하고 사귀자는것도 아닌데..
싱크대만 잘팔면 되지 않겠어요?
직원 뽑을때는 그 사람의 부가가치가 어떻게 되는가를
봐야 되는거구, 나이하구 꼭 상관이 있는건 아니네요."

"하하하하
그래도 저희는 여자분은 안써 봤는데요." 
성격은 좋은사람이 분명하다.

"그거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 공사하는 회사 같은곳에
줄을 대면 한껀만 해도 어청날텐대요.
제가 매일 싱크대 앞에서 살다 시피하고 맨날 싱크대를 보고 사니
잘 할 수 있을것 같은데요.?"

"하하하 예. 잘 아시네요...하하하"
큰소리로 웃고 있지만 그는 속으로 생각할것이다.

'이 아줌마가 콩나물 파는데 두부파는데 다 놔두고
왜 귀찮게 시리 여따 전화를 하는것이야. 에이 재수없어.
아파트, 다세대 현장은 땅 파기전부터 현장소장 구매부장
물쳐 놓고 기름을 발라놔도 그게 니 맘대로 되는게 아니다.
이 아줌마
씽크대가 비디온줄 아냐? 맨날 본다구 잘하게?'

"제가요, 전에 호텔에서 구매업무는 좀 했었는데..
수출업무도 좀 알구요.안해 본게 별루 없어서
시켜주면 잘 할텐데요.."

내친김에 아는척을 더 해보고 싶지만

그만둔다.

그래도 벼룩시장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왠지 나도  할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