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금새 눈이 저절로 떠지는겁니다.
현지시간 새벽 3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늦은 아침인가봅니다.
창밖은 깜깜하고
배는 고프고 애들은 일어나서 일기를 쓰는지
이방 저방 왔다갔다. 킬킬거리고..
아,참, 애들이 셋이나 되는게 살면서 참 좋을때가 많아요.
별것도 아닌것을 갖고 자기들 끼리 재미나게 놀거든요.
인혜네는 우리보다 한명 더 많아 네명이니....^*^..
행복하시겠습니다.
아뭏든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 날밝기를 기다리던 남편은
베낭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고 나서더군요..
달리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그 런던의 외곽 주택지역을 돌며
땀을 흠뻑 흘리고 조깅을 했어요.
식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 식사를 했답니다.
질긴 빵에 치즈넣고 햄넣어 오렌지 쥬스를 마셔가며 먹었지요.
거의 한달 내내 아침 식사는 이 질긴빵에 햄 치즈였답니다.
거기에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먹고 파란 사과까지 아뭏든 배가 뻥뻥하게
먹었습니다.
애들데리고 걷고 헤메고 다닐려면 우선 속부터 든든히 채워야 하니까요..
그렇게 먹고나서
전대와 중요가방 카메라만 들고 지하철을 타고 런던 시내로 갔습니다.
아, 벌써 잊어버렸네요. 무슨 역인지 아뭏든 시내 중심에서 내려
지도를 살펴 보며 버킹검궁전이며 대영 박물관,빅벤 트라팔가 광장 ...돌아다니다가
서점에 들려서 그즈음 막 출간된 해리포턴 5권을
그야말로 원서로 현지에서 아이들에게 선물 했네요.^*^
애들은 기차에서나 숙소에서 시간 날때마다 그걸 읽으면서 다녔는데
그거 참 좋은 기념품이 되었답니다.
날씨는 금방 꾸물꾸물 거리다가
금방 빗발이 흩날렸다가
금방 해가 났다가 오도방정을 떠는데
우리는 신바람이 나서 빨간 2층버스도 타고
놀이공원 열차 같은 조그마한 지하철도 타고 , 걷고,
놀이공원 같은 런던 시내를 마냥 돌아다니다가
중국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답니다.
탕수육, 고기 국수 볶음밥을 시켰는데
볶음밥엔 토마토가 들어가서 느끼하지 않은것이
아주 맛이 좋았답니다.
점심을 먹고 나자 애들이 또 병든 병아리 처럼 꾸벅꾸벅 좋기 시작하데요.
잘시간이 된겁니다.
다니는것도 힘들어하고 무엇이든 다 시큰둥 하고....
템즈강변 공원으로 갔어요.
아름들이 버즘나무들이 군데 군데 서 있고 푸른 잔듸가 깔린공원
템즈 강을 바라다 보게 만들어진 긴 벤치에 아이들을
눕게하여 잠을 자도록 했답니다.
남편과 나는 서로 떨어져 앉아 아이들을 지키며
흐르는 템증 강물을 말없이 바라다 보았습니다...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아이들을 깨워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미리 예약해둔 뮤지칼 "라이언 킹"을 보러 갔습니다.
세상은 참 놀랍고도 신기해서
우리집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카드로 티켓 값을 지불 했더니
뮤지컬 표가 제주도 우리집까지
배달되었던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던 큰애들은
그곳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했으나
막내, 초등2학년 막내, 힘들다 소리도 못하고 뭐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따라 다니느라 애쓰는 막내를 위해서
"라이언 킹"을 보기로 했던것입니다.
"하 쿠 나 마 타 타...
욕심 버리면 즐거워요.. 하쿠나 마 타 타..."
라이언 킹에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욕심버리면 세상이 즐겁다는군요....^*^
뮤지칼 극장에 자리를 잡고 막이 열리고
벌겋고 둥근 해가 무대 전면으로 둥실 떠 오르며
웅장한 뮤지컬이 시작됐는데....
아! 글쎄...
우리는 또 졸기 시작했답니다.
빈자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꽉찬 극장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일렬로 주루룩 앉은 우리 가족 다섯명은
꾸뻑꾸뻑 졸다 못해
나중엔 서로 머리를 기대고 잤습니다요...
시차... 시차... 그놈에 시차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뮤지칼은 끝나고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겨우 세수하고 더러워진 옷 빨아 널고
침대에 쓰러져 잤습니다.
이튿날 다시 런던시내로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피카딜리서커스,
화살 든 큐피트 동상 앞에 잠시 앉아서 사람들 구경을 하고
런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캐임브리지 대학가로 갔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데
낮은 구릉과 초원, 잘 가꿔진 밀밭.....
정답게 서있는 나무들, 빨간 지붕의 그림같은 집...
평화로운 영국의 시골 풍경이 차창밖으로 펼쳐졌습니다.
근데 말이죠...
버스에서 옆에 앉은 단정하게 생긴, 은발에 고운 주름의
전형적인 영국 할머니에게 몇번이나 말을 걸고 싶었는데...
혹시나...
귀찮아 하지는 않을까,,, 예의 없는 아줌마라고 흉보지나 않을까...
망설이다.. 그만뒀는데
인혜엄마는 그럴때 하고 싶은대로 꼭 하세요...
"아이구,할머니,, 참, 고우시네요...
어디 사세요?..
사는게, 재미있으세요?
아들 며느리가 잘 해 주세요?
할아버지는 어디다 두구 혼자 다니세요?
할아버지는 콩팔러 가셨는가요?..."
이딴걸 물어보면......?
미친 동양여잔 줄 알까요?
아니면
우리 할머니들 처럼
"그러구 말구, 우리 메누리가 아주 잘해 줘.
그런 메누리 조선 팔도에 없어....
근데 애들 엄마는 팔자두 좋우...
일철에 이리 놀루 댕기는 걸 보니..."
이렇게 주근주근 말씀을 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