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디딕 띠디딩(비싼 전화기는 울리는 소리가 틀리다. 한때 영화로웠던 잔재(잔재? 왠지 복선이 깔린 슬픈 단어다)의 산물이다 어흠), 전화벨이 울린다.
아침 7시다.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벨이 울리면 누구나들 조마한 심정일게다.
여보세요?(모르는 여자다)
어젯밤에 우리집 전화한 사람이 누구예요.(앞 뒤 전화예절은 생략한다)
목소리를 듣자하니 턱은 두개고 눈은 쌍거풀없이 쪽 찢어졌으며
콧구멍은 약간 하늘로 들쳤고, 사겹의 뱃살에 입술은 검고 두텁다.
아니...두터울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이름은 춘심이나 복실일것 이다.
내가 왜 목소리 하나 가지고 외적인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느냐 하면,
그니의 잔뜩 볼메인 공격적인 목소리 때문이었다.
다짜고짜 일단 따지고든다.
어젯밤 12시에 전화를 왜 했냐는 것이다.
나 안했쪄...요.(상냥해야 한다. 상대가 거칠수록 나의 상냥으로 녹여야 한다)
전화번호가 찍혔댄다. 남자였댄다. 자신의 아이가 아파서 겨우겨우 잠 재워놨는데
벨 소리 때문에 깼댄다. 시어른을 모시고 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댄다.
대충 요약을 하면 위의 내용이었는데 그니는 박격포같이 쏘아댔다.
아니라구...그럴리가 없다구...울집에 남자는 남편 한명 뿐인데 그치는 어제
회식하니라구 더 늦게 들왔다구...(최대한 상냥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을 쳤지만 이미 장딴지며 허벅지며 등허리에서는 옷 틑어지는 소리가 난다.)
설명을 하다보니 슬슬 부아가 치민다.
지가 시어른을 모시고 살던 말던, 우리가 아니라는데 왜 지랄이고?
상냥...을 버렸다. 그깐 개도 안물어갈 상냥을 확 집어내껀지고 소리 질렀다.
고래~고래~빠락~빠락~(세상아...왜 상냥해야 하는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느냐)
식구들 모두는...입을 벌린채로 헐크로 변해버린 나으 모습에 감탄중이다.
소리소리 지르다가 애들 학교 챙기야 될 시간이 되었길래 끊어버렸다.
사람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슨 바야바하고 말하는거 같았다.
몇시간이 흐른 아점시간이었다. 동서에게 전화할 일이 있기에 버튼을 눌렀다.
동서네 집 전화번호는 어제 시동생이 전화할때 들었기에 그대로 눌렀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동서에게 전화할때는 텔레퐁 전용 목소리다)
여보세요.(더럽게 퉁명스럽게 받는다. 동서 아니다)
어.잘못 걸었나보네요, 죄송합니다.
딱 요기까지 상냥멘트 나갔을 때였다. 상대편 여자의 일갈이 터져나왔다.
기차 화통을 삶아묵은 목소리다.
우....아침에 그니다. 나를 헐크로 변하게 한 여자의 집에 내가 전화를 한 것이다.
꼼짝없이 걸렸다.
내가 그 집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다니..발뺌할 재간이 없다.
그로부터 나는 그여자와 거의 30 여분을 실갱이 해야했다.
30 여분의 실갱이 다 써버릴까? 관두자...욕먹는다.
우스운것은, 따로있다. 일인즉은 전날밤에 시동생이 우리집에 와서 즈그집
전화를 누른다는 것이 그 춘심이네 집으로 했었나보다. 그 번호를 나는 외웠던 것이고...각설하고,
춘자는 엄청 씩씩거렸다. 아침에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린 나를 탓했다.
왜 소리 질렀냐는 것이다.
내가 물었다. 내가 처음부터 소리 지르더냐! 누가 먼저 질렀냐.....(비싼 밥 묵고 꼭 요래 살아야는지 정말 나도 모를일이다) 당신 목소리가 처음부터 그랬다. 등등.
자신의 목소리가 원래 퉁명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한테 많이 욕먹는다고..(웃겨서 넘어갈 뻔 했다) 남편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남들도 많이 오해한다고...
이런 세상에.
요즘 즈그 남편이 속을 많이 썩이는 일이 있댄다. 라고 시작하여
아이가 며칠째 아픈지...등등 춘심이는 일기를 썼다. 전화기에 대고.
한참을 또 버럭버럭 대다가 수습을 했다.
가끔 전화가 혼선이 된다치고(시동생 껀은 끝까지 숨겼다.양심의 가책...전혀 없다)
없던일로 치고 잘 사시라고... 일기를 검사하다 보니 춘심이 갸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끝부분은 역시 상냥 모드로 돌아왔다)
나이가 묵을수록 뵈는게 없어진다. 나는 수시로 헐크가 될 준비가 되어있으며
또 헐크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춘심이 아니라 춘심이네 시엄니라도 일 없다.
꽁트방 식구들 노니시는(완벽한 존대어 구사능력) 모습에 시샘이 나가가 한 발 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