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다른날과는 다르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기운이 나질 않는거에요. 그래서 비장의 무기를....
"오늘 왜 이러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가 힘이 없어"
큰아들인즉, "그럼 오늘은 아빠가 설거지를 하세요?"
"아, 아빠는 빼줘라 사실 오늘 좀 피곤하거든 ....샤워좀 해야겠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하는 사람이 오늘 설거지를 하는 건 어떨까?"
"네, 그렇게 하는게 좋겠어요"
남편의 얼굴은 벌써부터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뻔한사실을 이미
알았던 겁니다.
"자 그러면 짜...잔...오늘 엄마데신 설거지를 해줄 사람은 바로바로
아빠!"
아뿔사 남편의 표정은 그야말로 누가 쫓아올세라 단 걸음에 욕실로..
그러줄 알았습니다. 평소엔 잘 도와주다가 어제는 정말 피곤했나 봅니다.
큰아들이 그 상황을 그냥 지나칠리가 없습니다.
"엄마 그렇다면 오늘 설거지는 큰아들이 하겠습니다. 흠흠...."
앞치마를 두르고 퐁퐁을 풀더니 헹구는 것까지 정말 기막히더라구요.
사실은 낮에 저 한테 좀 혼이 났거든요. 아마도 저를 도와주므로써
마음이 풀렸음을 말해주고 싶었나봅니다.
욕실에서 나온 남편이 미안했던지 요구르트를 꺼내면서 하는 말,
"덥지? 시원한 요구르트 마시자." 사실 별로 서운한 것도 없었는데...
괜히 제가 미안해지더라구요. 하루종일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인데 왜 서운하겠습니까, 이런 가족이 있다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죠. 행복이 어디 먼 곳에 있나요, 가장 가까이에서
언제나 함께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그 사랑이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