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큰아이들이 네다섯 살때,
한아이가 국자를 꺼내들고
-야!, 칼쌈하자!
나는 국자칼이다!!
소리쳤다.
그러자 한아이가 부침개 부칠때 쓰는 뒤집개를 꺼내들고
-오냐! 덤벼라, 나는
오양제기 칼이다.
외치며 국자검을 맞선 뒤집개검의 한판 대결이 벌어졌다.
잠깐
'오 양 제 기'라?
-이거보게, 뒤집개 검객!
후라이판에 부침개를 이리저리 척척 뒤집을때 쓰는
이뒤집개 를 지금 무어라 불렀는고?"
-오양제기.
이거 오양제기.
정의에 오양제기 칼이다.
어서 덤벼라..!!!
아!!!
그래, 지금부터 네이름은 '오양제기'니라.
솥의 이름은 '밥하는것'이라 아니하고 솥이라 하고
주걱의 이름은 '밥푸는것'이 아니라 주걱이라하며
써는것의 이름은 '써는것'이 아니라 칼이라 하지.
그런데 어찌하여 너의 이름은 따로 정하지 아니하고
뒤집는다 하여 그냥 뒤집개로 불리우는고?
내아들이 오늘 네게 이름을 내렸느니
그이름 "오양제기"니라.
후라이판을 쓸때마다 그이름을 불러줬다.
-아들!! 오양제기가 어디 있지?
-거기,
-아,그래 오양제기가 요기있네.
오양제기로 장떡도 부치고, 오양제기로생선전도 부치고
오양제기가 있어서 오양제기를 쓰니 오양제기도 기뻐하고
오양제기 쓰는 엄마도 참 편하네...흐흐흐
명절이 되어서 시집형제들이 다 모였다.
위로 형님이 세분, 아래로 동서가 한명,
시어머님에 20세이상 조카딸이 네명....
며느리 하나쯤 어느방구석에 틀어박혀 낮잠을 자도 표시도 안나는 집안이다.
손발이 척척 맞아 차례음식준비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데
나는 조카딸 두명과 후라이판을 차지하고 자리를 잡으며
-형니임!! 오양제기가 필요헌데요...
오양제기가 세게는 있어야 되겄는데.
형님네 오양제기가 몇개나 됬더라...
-양제기?
-아니.. 오양제기.
-오양 제비?
-아니.. 오 양 제 기.
따라해 보세요. 오 양 제 기.
-오양제기가 뭐여?
-아이, 부침개 뒤집을 때 쓰는거 형님.
-그게 왜 오양제기여?
-제가 이름을 만들었어요. 오양제기라구..
형님들두 지금부터 오양제기라구 불르셔요.
-아니,뒤집개라구 하믄 되지 오양제기는 또 뭐여.하하하
-아뭏든 형님들, 이제부터 오양제기라구 불러주세요.호호
-아, 왜그래야 되는데...하하하(합창)
-오양제기 이름을 제가 첨으루 만들어서 퍼뜨려갖구
우리나라 사람들이 죄다 오양제기를 오양제기라구 불르면
딥따 재밌을거 같아서요.. ㅋㅋㅋㅋㅋ
-싫어.하하하하 호호호 켁켁켁 (모두 웃는다)
혼자서 싫컷 불러.
오양제기, 오양제기 하믄서..하하하 호호호
원, 별일두 다 있구먼..하하하 호호호
-아, 형님들..우리들이 먼저 오양제기라구 불르고
형님네 친정댁 식구들한테 오양제기라구 가르쳐드리구
또 그친정식구들이 시댁식구들에게 오양제기라구 가르쳐드리구
그러다 보믄 온나라 사람들이 다 오양제기루다가 통하게 돼 있어요...
-에이, 한번 들어주지요. 뭐. 돈드는것도 아닌데...호호호
-그래..여기 오양제기 많이 있으니께
오양제기 양손에 하나씩 들구
이 오양제기루 저 부침 다 부쳐봐..하하하하
수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오양제기를 오양제기라 부르지 않는다...
요즘 나는 이 아줌마닷컴에서 '아줌마 문학'이라는 이름을 밀고 있다.
나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