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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19

낚시꾼 각시


BY 27kaksi 2004-06-01


지난 주말이었다.

요즘은 늘 바쁜 우리 남편이 일찍 들어오더니,갑자기 낚시를

가자고 서둘었다. 남편이 어디든 가자고 하면 무조건 따라 나서는게

나의 규칙이다. 그러는게 가정의 평화를 가져오고, 부부의

대화도 끊이지 않는다는게 결혼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나의 진리이다.

그가 오랜동안 골프채를 잡았을때, 참 열심히 연습해서 따라 다녔었다

어려웠지만 나도 하면서 재미가 붙었고, 몸도 좋아졌었다.

항상 남편에게 고마운것은 아내에겐 후하고 자상하다는 점이다.

그때도 연습장에서 늘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서 잘 친다는 소리도 꽤

들었고, 여러곳의 골프장도 참 많이도 다녔었다.

주위에서는 사치스럽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지만, 그와 보낸

많은 시간들이 내게는 아주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부부가 같이 공유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리 부부는 그 부분으로 의견이 같아서 취미도 여행도 같이

보낸날들이 많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가 골프채를 놓고 낚싯대를 잡은지가 2년이 좀 넘었다.

무엇에 한번 빠지면 미치는 수준까지 가는 성격이므로 그는 이제는

꾼이 되어 있다.

가끔 따라 다녔지만 난 영 취미를 붙이질 못했다. 그저 옆에서

책을 읽거나 나물을 케기도 하고 혼자 놀기도 했지만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차츰 같이 가는일이 줄기 시작했다. 그는 동호회에

들어 열심히가고 차츰 빠져들기 시작하고,....

이번에는 마음먹고 처음으로 낚시를 배워 보기로 했다.

장소는 화성군에 있는 한없이 풀숲으로 덮힌 수로 였는데, 처음에

도착했을때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 처럼 보였다. 어떻게 그런곳을

발견해서 꾼들은 다니는지 놀라웠다.시골길을 달려달려 갔는데,

아늑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먼저 도착한 일행인 여나문명이 나와 반가운 영접을 해 주었다.

혼자 다니던 자로-그는 동호회에서 자로라는 이름을쓰고 있었다-

형님이 전혀 낚시 하게 차려입지 않은 부인을 대동하고 나타났으니.....

서두는 바람에 뛰어나간 나의 차림은 꼭 피크닉을 가는 차림이었다.

샌달에 맨발이었다. 그는 같이 가면 되었고, 난 그저 따라가면 되었다.

낚시를 따라오며 양말도 안 신고 왔다고 구박을 맞으며, 그의 큰

랜드로바 구두를 맨발에 신고, 그의 파카를 입으니 영락없는 못얻어

먹은 쬐꼬만 에스키모 여자였다.

그런 모습으로 그의 옆에 앉아서, "아유~ 멋지다" 라고 히니

그가 '후후' 하고 웃었다. 속으로 가관이다 했겠지...

자리를 잡고 그가 만들어준 낚시대를 던지는 연습부터 했다.

꼬물거리는 지렁이를 열심히 그가 끼어주고 난 열심히 던지고, 그런

단순해 보이는 동작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오른손은 낚싯댈 잡고 왼손으로 먹이를 매단 추를 잡고는 활시위

당기듯 팽팽하게 한다음 왼손을 놓으면 물에 ?y하고 떨어지는데,

잘못던지는경우가 많아 풀숲에 걸리면 물에 추가 둥둥 떠있거나

물속으로 퐁당 들어가 버리거나 했다.

처음치고는 잘한다고 부추겨 주는 그의 말을 곧이 들으며 열심히

하다보니 좀 익숙해지는듯 했지만, 한눈 팔지 말고 유심히보다가

추가 흔들리거나 위로 쑥 솟아오르면 얼른 잡아 채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어~어~ 하는사이에 채올리면 이미 먹이만 먹어버리고

가는실에 매달린 작은 바늘은 늘 비어 있곤 했다

내 시중 들어주느라 그는 도통 못하고,..... 그래도 끊임없이 설명하고

또 설명해주는 그의 정성에 시간 가는줄을 몰랐다.

여러명의 사람들과 모여서 바베큐도 먹고, 개구리 울음소리를 배경

삼아 맛있는 찌게와 밥도 먹었다.

각자 자기 자리로 흩어져 밤낚시를 시작 했다.

조용한 수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보니, 낚시를 하다보면 잡념이

없어진다는 그의 말들이 이해가 갔다.

케미-케미컬 라이트- 를 단 추를 물위에 뛰우니 다른사람들 불들과

어우러 져서 아주 낭만적이었다

. 파란불을 한 야광구슬같은게 물위에 죽 떠 있는데,

주위는 조용하고 어스름한 물가에 동동동 떠있는 불빛들이 꼭

반짝이 전구를 이어단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같기도 하고,

반딧불 같기도 해서, 아! 이래서 밤 낚시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항상 심드렁하던 하더니 처음으로 해보겠다고 덤비는 내가

마음에 드는지, 그는 두꺼운 잠바도 내게 양보하고, 그의신발도

내가 신었지만 즐거워 보였다.

에스키모 부인이 괜찮았나?....

어쨌든 한마리라도 잡아야 집에 온다는 나의 고집때문에,

12시에 일어서려고 계획을 했었지만, -우린 주일날 부부가 성가대를

서야 한다-

우린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짐을 꾸릴 수 있었다. 그때야,

내가 작지만 붕어 한마리를 낚았기 때문이다. 하도 작아서 도로

살려주었지만 내가 처음으로 잡아본 붕어 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수십마리를 놓쳤다는군....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집에 살금 들어온 우리부부는 출출한 속을

달래느라 라면 한개를 끓여 둘이서 후룩후룩 먹었는데, 아주

꿀맛 이었다. 살좀 찌면 어떠랴, 즐거운 주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