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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축제에서 섹시 댄스 공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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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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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하지 않은 손님.


BY 雪里 2004-05-27

"그런것들이 모두 갱년기를 알리는 증상 이예요"

"검사를 받아 보셔야 해요. 검사가 끝나면 결과를 보고 약을 처방해 드릴께요.  그 나이시면 진작 검사를 하셨어야 하는데...예방차원에서요."

 

통통한 양볼이 무척 매력적인 젊은 여의사는

앞에 앉아 그동안의 증상을 차근차근 나열하는 내얘길 다 듣고 나더니

보조개를 살짝 만들어 미소를 보이고는 

최대한 다정스런 눈빛을 내게 주면서  말했다.

 

여의사의 친절함이 얼마나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지

산부인과를 가봐야겠다는 마음만 있을뿐 

진찰대에 올라가 누울일을 생각하면 쑥스럽고 불편해서

벼르고 망설이던 그동안의 내고민을 단번에 잊어 버리게 한다.

 

암검사, 피검사, 골밀도검사까지 마치고 

결과야 일주일 후의 문제니까

밀린숙제 끝낸 아이처럼  홀가분해져서

일주일 후를 예약하고  오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과를 보러 가는날 아침,

이른 예약시간에 맞춰 가느라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염려했던 출근시간을 비꼈는지 한시간을 일찍 도착했다.

 

자판기 커피를 한잔씩 빼서 마시고 화장실을 들려 나오는데

화장실 앞에서 내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나를 기다리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남편 몰래 웃었다.

 

"골다공증 증세가 보입니다.심하지는 않구요. 운동을 하셔야 하는데 허리때문에 어려우실테니 살살 걷기라도 하세요.

"칼슘제랑 갱년기를 위한  약을 드릴께요. 홀몬제는 암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었기에 처방해 드릴수 없구요,대체약품 이예요. 화학약품이 아니니 부작용은 거의 없을겁니다."

 

처방전을 받아들고 병원 정문앞에 있는 약국으로 가서 약을 받아

다시 병원으로 차를 가지러 돌아 오는데

"그놈의 의약분업이 나를 귀찮게 하는구나" 싶게 햇살이 뜨겁다.

 

언제 부터 인지 가끔 열이 머리위로 치받고 올라 오는 것 같더니

금년부터는 잦은 횟수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몸살이 온것처럼 팔다리가 쑤시고 저리기도하고

살갗이 쓰라려서 잠을 자다가도 몇번씩 깨어 나기가 일쑤다.

 

겉으론 멀쩡하니까, 고통을 호소하는 내게 남편은

"병원에 가봐" 라고 툭 내뱉기만 할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남자들은 이런 갱년기 증상이 없나보다.

 

"갱년기가 오면 여자들은 우울증도 오는수가 있다는데 ....

심하면 자살도 한다네요.....나야, 그런거 예방하느라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니까 그럴 염려는 없을테지만, 그냥 집에만 있었다면 나도........"

 

"알았어, 열심히 배우러 다녀~! 내가 뭐랬어? 팍팍 밀어 준댔잖어!

누가 풀 같은거 뽑으래? 힘들어 죽겠다며 뭐하러 자꾸 심는겨?

그냥 그림이나 그리랬지~!"

 

어떻게 알았지?

늘보 남편 그럴땐 눈치 한번 빠르네, 나의 저의를 단번에 알아 차리다니

눈치빠른 마누라랑 오래 살더니 배웠나?

 

일머리 모르는 남편이 답답해서 내가 하고,

남에게 시키지 못하는 내 성질때문에 내가 하고,

넓은텃밭 그냥 놀리기 아까워서 하고,

심으면 크는거 보기 좋아서 하고..........

 

오늘도 나는,

투털거리는 남편 속마음 알면서도

고구마순 석단을 사다가 남편 조수 시켜가며 심었다.

많이 캐기만 한다면야, 먹을사람 없을까 싶어서다.

 

늘 이렇게 바쁘게 살면서

내가 이만큼의 숫자로 나이만 세고 있으면 되는줄 알았더니,

초대 하지 않은 손님이  "갱년기"라는 명함만 슬쩍 비껴 보이고

발을 들이밀어 들어 오면서 주인인 내게 묻지도 않는다.

 

" 저 좀 들어가도 될까요? "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