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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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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기억나니?


BY 조약돌 2004-05-10

현관 벨소리에 문을여니 휴가온다던 작은 아들이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들고는 환하게 웃고 서있다

 

녀석이 지난번 전화에 어버이날 선물하려고 쥐꼬리만도

못한군인 월급을 오만원이나 찾아 놓았다며 갖고 싶은거

있으면  얘기하라며 나를 채근하더니만....

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나를 꼬옥 끌어안고는

꽃바구니를 건넨다

 

상냥하고 정많은 작은아이와 달리 냉정해 보일 정도로

제 할일을 알아서 잘하는 큰녀석

그런동생을 힐끔 쳐다보고는 인사를 거넨뒤 그냥

학교로 향한다

 

난 그때부터 어미새가 먹이 날라다 주듯 열심히 시장과 집을

오가고 작은녀석은 맛있다며 잘도 먹어 치운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온가족이 자리를 함께 할수 있었고

그저 기분이 좋은 남편은 모처럼  와인 한잔씩을 하자며

분위기를 띄운다

드디어 와인이 서너잔씩 돌아가고 몸도 마음도 분위기에

흠뻑 빠지려는데 눈을 마주치던 큰녀석이 선물이라며 흰종이를 내민다

 

 

얼마전 우리에게 좋아하는 가수를 묻기에 대답한적이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유명가수의 콘서트 티켓두장을 사온 것이다

(그것도 비싼 특석으로)

학생신분으로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산것이기에 좀 과하다싶은

우리맘과 달리 나중에 취직 해서는 편하게 디너쇼로 모시겠다며

미안하다는 말도 곁들인다

역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속깊은 녀석이다

 

선물을 받다보니 문득 지나간 옛일이 떠오른다

우리가 가게일로 바빠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할때 보살핌을

받아야할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아이를 우리대신 돌봐

주며 일끝나고 집에 오면 비둘기 새끼마냥 잠들어 있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도 어버이날

늦게 집에오니 우리를 기다리다 아이들은 잠들어 있고 TV 위에는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 두송이와 포장된 선물두개 그리고 서툴게

써내려간 감사편지 두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큰아이 선물은 만져서도 알수 있는 제 아빠 담배와 일회용라이터

였고 작은아이 선물은 나에게 주는거였는데 들어보니 무겁고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다

포장을 풀고보니 푸르스름한 빨래비누 한장

 

그때는 손빨래도 자주했고 또 가끔씩 비누가  떨어질때면

숫자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작은아이가 염려도 되고 숫자도

깨우쳐 줄겸 옆가게로 비누 심부름을 시키곤 했는데 몇번

심부름을 했던 작은아이는 엄마가 필요한것을 생각하다보니

문득 빨래비누를 주면 내가 좋아할거란 생각을 했던 모양였다

 

아들들아 생각나니? 하면서 그때일을 얘기하니

큰아들은 그때 상황을 자세히 기억 하는 반면

작은 아들은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단다

그러면서 빨래비누를 선물로 준것에 대해서

너무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아들아 그래도 이 엄마는 서툰글씨의 편지와

빨래비누를 선물로 받았을때가 더 감격 스럽고

행복에 겨워 홀로 눈물 지었던 그때 심정을

너희들은 모르지 아마 모를거야~~~~

이 엄마 그때 얼마나 행복했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