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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랑 진한감동(17) 여자에게 친구가 있는가?


BY 남상순 2004-05-05

어린이날이라고 아이들이랑 모두 외출이다.
청담동에 사진전시회에 가자고 하니 남편은 찜질방에 가잔다.
무드없는 일이지만 그나마 찜방도 겨우 두번째 자원한 일이니
이 기회에 동행 안하면 영영 '찜방이여 안녕!' 할까봐 냉큼 동행하였다.

게르마늄 방이라나? 들어갔다.
두 사람이 친구인 모양이다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몇이요? 환갑되었소?"
"예 비슷합니다.  어찌되세요?"

"나 환갑이요 잔나비!"
깜짝 놀랬다. 아주 곱고 젊어보인다.
아무리 보태도 50도 안되어 보인다.

"아주 고우시네요."
"아지매도 곱소! 하얗고 갸름하니..."

이때다. 옆에 있던 친구가 거칠게 말한다.

"고우면 뭘하나? 여기 어두워서 그렇지! 나가보면 죽은깨 뒤집어 썼소"
깜짝 놀랬다. 친구를 이렇게 대놓고 헐뜯어도 되는가?
"사람은 나이 먹은대로 보이는게 좋소"

잠시후 친구가 나가버렸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면 뭘하우? 자식이 잘 되야지..."
"자식이 잘 못 되었나요?"
이상의 이야기는 방금 전에 있었던 실제상황이다.
눈을 꿈쩍꿈쩍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전남대 다니고, 외국어 잘하고, 박사 아들 둔 사람들 보우 형편없이 늙었지"
그러니 희생해야 자식이 잘 된다는 이야기인가? 속으로 점점 헤깔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친구가 나이보다 예뻐 보인다는데 왜 아들 잘 못되었단 말까지
죽은깨 뒤집어 썼단 말까지 해야할까? 이 사람이 정말 친구인가?

내 생각은 나쁜 쪽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과연 여자들에게 "친구" 라는게 있는 것일가?
여자에게 "의리"라는게 있는 것일까?

나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 사람처럼 대 놓고 헐뜯을 용기야 없지만
외모에 대한 질투심을 유발시키면 고차적인 방법으로 앙가픔을 하지 않았던가?
환갑이 넘어도 외모에 대한 질투의 화신인 여자는 어떤 존재인가?

친구 곱다고 하면 함께 맞장구치며 칭찬해주면 얼마나 좋은가?
뜨겁기만한 찜질방에서 썰렁함을 맛보았다.

잠시후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할수만 있다면 사진을 찍던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스케치를 하고 싶은 장면이다.
1개월 정도된 아가를 할머니가 품에 안고 앞에 앉은 딸의 잔등이 때를 밀어주고 있었다.
3대의 누드를 보는 셈이다. 누드가 참 예술이로구나...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이글을 읽고 이 장면을 상상해서라도 그려내면 대작이 나올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는 두들겨맞고 짓밟히고 돈내는 때밀이를 하고
목욕탕에서 나오면서 내내 인간. 여자. 그리고 美醜 그런것들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