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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배신


BY 안단테 2004-05-04

어제 저녁에 학원 갔었니..

아뇨..요즘 시험기간이라 학원은 안가기로 말씀드렸어요..

그래..그럼 공부는 좀 하는거니..

네..

그래... 양껏 하거라...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눈꺼풀을 이고 식탁에 앉은 아이에게

나는 또 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몇마디 주절거렸나 보다.

 

웬 잠이 그리 많은지...

예전에 안그렇던 아이가 고3이 되더니 잠을 더 잔다..

이거..무슨 병 아닌가..가슴이 내려앉기도 하고..

야단 치려하면....

아이들 끔찍히 귀히 여기는 남편은

건강이 최고라고 그냥 놔두라 나를 꾸짖는다.

 

고3때...지금 울 아들처럼 열병을 앓았던...

지금은 교직에 있는 친구와 많은 얘길 나눈다.

자기도 꼭 네 아들 같았다고...

그건 아무도 도움줄수없는 자기만의 열병이라고 걱정하지 말란다.

시간 만이 해결해 줄수있는 일이라...

그런 아들은 가슴속이 더 시커멓게 타들어 갈거라고...

 

공부도 곧잘 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간에도 인기 짱이던 아들이..

어느날..갑자기 공부가 하기 싫단다..

그냥....아무 이유없이 공부하기 싫다는데..

우리부부...그날 이후...하늘이 없다..

믿었던 제자를 잃어버린 선생님은 부모보다 더 가슴 아파하신다..

온갖 경험과 좋은 얘기들로 날을 새며 설득을 해도 안된다.

 

지금까지 흘렸던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1년동안 쏟은거 같다.

음악으로 노래로 풀어버리려고 어울림속에서 허우적대기도 하고

미친듯이 산에 올라...소리쳐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슬픔을 토해내면서 잊어보려고 하였건만...

미련한 내 설움에 내가 먼저 지쳐버렸다.

 

 

작년엔...

모델을 한다고 한 동안...우리 부부를 기절시키고 절망의 나락으로 집어넣었었다.

끼많고 재질(?)많은 이 녀석...

연기만큼은 안된다고 야단치고 협박했더니..(많은 이유가 있다)

 

어느날..갑자기..

요리를 하고 싶다고...다시 우리부부를 실신시킨다.

공부하기 싫으니 이젠 별의별 수단을 다 쓰는구나...

머리를 맞대고 며칠을 고민 또 고민하고

아들에 대한 배신감에

우리 부부는 삶에 의욕마저도 상실했다.

아직은  공부해야 하는 나인데...

대학에 대한 미련도 버릴수 없고...

우리 사회의 냉철한 삶의 구조상...어쩌구 저쩌구...

암튼 엉킨 실타래속 보이지 않는 절망감을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그래..네가 하고 싶으면 해..

단...열심히 해라...목표를 정해놓구 정상에 설수있도록 힘차게 나가보아라..

부모가 막는것도 한계가 있어서

어디 그럼 해 보라고....기대반 체념반으로 승락했다.

 

그녀석...지금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대학 마치고 바깥에 나갔다 와서

호텔 요리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열정이 대단합니다.

 

아들녀석이 시커먼 주방에서 물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지만....

아빠는  기대했던 아들에 대한 놀라운 배신으로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아들과 함께 열병을 앓았습니다..

 

녀석은....

아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정신을 내려놓고 있는 울 부부를 바라보며

한 마디 충고(?)합니다.

 

엄마..아들이 꼭 어두운 주방에서 일을하길 바라십니까..

하늘 끝까지 높게 솓아오른 흰 모자를 쓰고

멋진 호텔 주방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세요...

저는 할 겁니다.....^^

 

녀석은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뭔가 일을 꾸미는거 같습니다.

부모가 해줄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알아서 제 인생 개척한다는데..그저 길만 고르게 다듬어 주어야겟습니다.

 

오늘 아침..

 

엄마.... 난 왜...어른들이 좋아하실까요..

선생님들도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달라요...ㅎㅎ

그저 신뢰해주시고..으젓하게 믿어주신답니다.

저..개인적으로는 어른들께 무쟈게 성실하고 예의바른 아들이라구요.

엄마하고 친구들한테는 개구장이에 터프가이이지만요..

 

하고는

선생님들과 주고받은 문자를 보여준다..

아~ 아들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엄마인 내가 모르는 아들이...그저 이쁘고 .... 또 대견했습니다.

그래...

공부 잘한다고 사회 우등생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

카리스마 있는 아들이 사회생활도 잘 할수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부모 욕심에는 끝이 없구

남들처럼 좋은 대학에..남들 우러르는 좋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라지만..

요즘 아이들...우리세대랑 달라진게 너무 많습니다.

생각에 차이는 물론이고...

세상이 너무 변해서 자칫하다간 정말 쉰세대 부모 되는거 시간 문제드라구요.

 

그저..자기 하고 싶다는일...열심히 하면서

성실히 자기 몫을 해내면서...

사회에 봉사도 하고... 보람있게 살기를 바랄뿐입니다.

 

부모가 마음을 비우기는 참 어렵습니다.

아직도.. 선뜻선뜻...

배신 때린 아들이 미워서 눈 시울이 젖어오지만..

눈을 크게 뜨고 다른  세상을 바라보니...

또 다른 아픔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엄마들이 많은걸 봅니다.

 

목표를 가지고 걸음마 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가슴속 꽉 들어찬 미련한 욕심을 버리려 합니다.

아들은 이 길을 가려하는데...

엄마가 꼼짝 못하게 다른길로 잡아 끌고 있지나 않았는지...

그래서 내속 내가 볶아가며 아파한건 아닌지...

 

아들의 배신에 아직도 눈길을 주지 않는 아빠는

그저 애꿎은 담배만 물고 있습니다.

아들이 가야할 길을 인정은 하면서도

자기 욕심은 인정을 못하는...

참으로 못난 기성세대 아빠의 모습입니다.

아직은 저도 그 못난 남편 옆에서 훌쩍거리고 있는 못난 아내 지만요...

 

자식은 내 맘데로 안된다는 어르신들 말씀..

나는 우리 부모님께 어떤 딸이었을까...

잠시 또 가슴이 미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