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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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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야!


BY 수선화 2004-05-03

봄비가 아주 고요합니다.

8층 앞의  탁트인 공원을 바라보며 생명을 창출하는 봄의 신비를 생각합니다.

지혜를 추구하지만 완성하지 못하는것 바로 생명 아닐까요?

오늘 34년전 6학년 급우였던 친구에게서 조심스럽게 시간있느냐고...

그애는 19살 순정에 -그때는 중학교를 거의 안가고 거의 공장에 다닐때죠-

동네 오빠에게  갇히다시피한 사랑에 휩쓸려 이른 결혼으로 이어졌고,

연이어 세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술 좋아하는 사람,  기약없이 마시곤 내일을 생각치 않는 마음만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가수원집 아들이라는 마지막 보루까지 생각했지만 그것은 허울뿐

가수원집을 돌보는 집의 아들이었습니다.

 

어느날 친구는  기약없는 남편에게 제동을 걸고자 아이들을 둔채 친정으로 위협의 도피를 했고 남편은 어쩐일인지 추운 겨울밤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채  자기나라로 가 버렸지요.

 

그렇게 가고야 말 사람이었지만 그날밤 친구는 친정에 있었다는게 취약점이 되어 시댁은 아이들을 휩쓸어 가고 근 25년간 아이들에게 엄마를 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처음엔  시부모가 펄펄 뛰었지만

세월속에 아이들도 엄마에게 향한 미움의 화살을 거두려 하지 않았습니다.

 

몇년전 처음 친구에게 동창회 사이트를 소개하고 가입을 권유하면서 친구는 딸의 학교를 통해 딸에게 소식을 부탁했습니다.

내 이름으로  딸 00 에게

엄마가 너를 애타게 찾는다.  쪽지를 보거든 연락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오늘까지 발신쪽지는 여전히 미개봉인채 딸은 소식이 없었는데...

친구가 오늘 시간있느냐고...

  그 딸이 시집가게 되어 엄마를 찾는다 해서  엊그제 만나고 왔노라고...

엄마를 만나기  싫어하는 두 동생을 설득해서 엄마를  만났다고...

그런데 너무 잘 커 있노라고.  큰 딸이  두 동생을 잘 키워 좋은 대학 보내고 뒷바라지 하면서 이번에 결혼하면 살집을  큰딸 신랑이 일부러 큰 집을 얻어 동생들과 살거라고...

얼마나 기특하냐면서 가슴벅찬 희열과 연민을 어쩔수 없어  오늘 봄비오는 이 생명이 자라는 날  내게  소식을  전한다.

그래 네가 기쁘겠구나.  그렇게  오랜세월  가슴저리며 그리워하던  그 어린것들이 엄마의 간구와 바램대로  잘커주어 이제 엄마의 눈물을 씻어준다니..  오  친구여

내 사랑스런 친구여.   네 눈물을 기억하신 이가  누구더냐?

봄비가 내리는  이 날  생명이 커가는 이날

오랫동안 멈췄던  네 인생의 꽃망울이  이제 활짝 피었구나.

내가 너로 인해 이렇게  기쁘다니...

나도  영이고  딸의 이름도 영이

어제도 영이는 교과서의  단골 이름

미래는 아주 드문 이름 짓자고  한아름 옥편 찾아  내딸이름  거문고 슬  고울 기

오호라  이젠 과거를 넘어  교과서는  기본이고  웬  학교마다  슬기로운  학교  캐치프레이드가 많은지  

'영이'    친구에게  둘러싸인  이름.

친구야  영이로 해서 너는 행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