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의 크기는 어느 만큼 인가...내 맘의 모양은 어찌 생겼는가
고개가 배꼽에 닿도록 들여다 봐도 도저히 보이질 않는다.
평생을 이 몸에 담고 살았지만 그 맘을 꺼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
잴 수도 모양 그릴 수도 없다.
그 맘의 주인이 과연 나 맞는가....
오늘도 난 같은 길을 걷는다.
그런데 매일 보는 그 길이 하루도 똑같은 모습일 때가 없다.
난 매일 같은 하늘을 보며 걸어 가고 걸어 온다.
그런데 하루도 똑같은 하늘 모습일 때가 없다.
난 오늘도 킁킁 냄새 맡으며 그 길을 걷는다.
헌데 하루도 같은 냄새가 나질 않는다.
이렇듯 눈에 들어 오는 모든 사물과
코로 맡아 지는 모든 냄새와
귀로 들리는 모든 소리와
피부로 느껴 지는 모든 감촉이 늘 다르다. 신기하게도...
오늘은 걷는 그 길에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바람이 살랑 살랑 부니 몸집 가벼운 가랑비 현기증 나기 십상이다.
안 그래도 바라 보니 여린 빗줄기 허공만 수없이 맴돌 뿐 제 떨어질 곳 미처 못 찾는 눈치다.
받쳐 든 우산 밑으로 안겨 드는 그 가녀린 빗방울이 차라리 사랑스럽다.
문득 우산을 쓸 이유가 없으니 접어 들고, 접어 드니 짐이 되고,
그래서 가는 길 모퉁이에 그냥 세워 두었다.
나 돌아 올 때까지 그 곳에 있어 주면 좋고 아님 말구......
날아 갈 듯 홀가분해진 동작으로 잰 걸음을 걸으니 몸은 땀으로 젖고 옷은 빗물로 젖는다.
그런데 싫지가 않다.
뭔가 속에 가득 담겨 체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속에서 쑥 빠져 나가 텅 빈 공터와도 같은 갈피 못 잡을 요즘 마음 이었는데
이 비와 땀이 내 안의 어디쯤에서 만나 이 복잡한 속을 훑어 내고 있는 지....고마웠다.
감사인가... 참회인가...이 맘 저 맘이 씨줄되고 날줄 되어 오늘도 하루를 이렇게 엮으며 시작한다.
잠시 일상의 기도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
우산은 이미 내 기억에서 버렸는데, 길 모퉁이 낯익은 우산 하나가 나를 반긴다.
"오호... 그렇지...그렇구나...그렇다....
아직 내 것이니 버려도 내 것이요, 이미 내 것 아니면 움켜 쥐어도 내 것 아니더라.
아까 버릴 때 맘도 홀가분 하더니 다시 손에 쥐는 맘도 여전히 기뻐라.
오늘은 우산이 스승이구나...살만 하다....이렇듯 도처에 스승 있으니 살만 하다."
오늘도 걷는 그 길에서 큰 기쁨 하나 주워 들고 횡재 한 듯 뿌듯하게 집에 돌아 온다.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떤 스승 만나 어떤 모양과 어떤 크기의 맘으로 살아 질지 기대할만하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