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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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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스크


BY 후지 2004-05-03

문을 열자마자 후다닥 신발을 팽개치 듯 벗어던지고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온 딸아이는 입에 경운기 엔진

 

을 단 듯 쉴새없이 딸딸거린다.

 

"엄마,엄맘마... 빨간 마스크가 나타났대...빨간 마스크가....무서워....아,,,무서워..."

 

"빨간 마스크가 뭔데?"

 

"글쎄, 예쁜 아이들만 보면 얼굴을 칼로 긋는다는 빨간 마스크.... 엄만 몰라?"

 

"몰라. 그리고 넌 걱정 안해도 되겠네, 뭐."

 

별 생각없이 던진 말이었는데 문득 딸아이의 얼굴이 바라봐졌다.

 

그래.

 

내가 아기였을 적에도 그 누구하나 안아 보자는 사람이 없었댄다.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나가면 지나가는 말로라도 예쁘다며, 귀엽다며 입을 대는게

 

아이가진 엄마들의 습성인데 나한테 만큼은 별 말이 없이 지나가 버리더란다.

 

유전의 법칙을 한치의 어긋남없이 지키고 나온  딸아이에 대한

 

기대가 그리 컸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딸아이를 안고 나서면 지나가는 소리로라도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아들녀석과 어찌도 그리 다르게 생겼냐는 소리만 할뿐...

 

몇 다리 건너 내 귀에 들어온 시어머니의 찬사(?)는 어떻고?

 

세상에...내가 손자, 손녀를 그리 많이 봤지만 막내네 딸년 만큼 예쁜(?) 애는 못봤다...라고

 

하셨다나, 어쨌다나...크억!

 

내 말에 바늘구멍 만큼이라도 상처를 받았을까봐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는데

 

딸아이는 갑자기 킥킥거리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엄마,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이 나보고 걱정하지 말래. 빨간 마스크가 피해 간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킥킥킥...."

 

아휴...저 것이 속이 있나 없나 싶다가 이네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래, 성격 좋은 엄마 닮아서 네 팔자가 늘어지겄다.

 

그러다가 딸아이에게 불쑥 한 마디를 던진다.

 

"수야, 엄마 쌍커풀 수술할까?"

 

"뭔소리야? 엄마는 지금 모습이 제일 이뻐."

 

그래. 그 말 듣고 싶어 한 번 말해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