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아침,
오늘부터 비가 온다고했지요
창밖을 내다보니 웬지 스산하기만 합니다
분갈이 한 화분의 흙들이 잎을 다 떨구어버린 나목처럼
허전해 보입니다
바닷가에 가서 작은 몽돌이나 조가비나 고동껍데기를 줏어와
화분위에 놓아둘까 싶어 바다로 갔습니다
딸아이는 해변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에게 눈도장과 수다를 떨고온다며 가고
나는 물이 빠지는 모래사장에 앉아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넓은 백사장에 점점이 흩어져있는 사람들,
친구사이 연인사이 가족들과 이웃과 함께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조깅을 하며 족구를 즐기며 여유롭게 바닷가를 거닐며
물수제비를 떠다가 밀려오는 파도와 술래잡기를 합니다
작은 몽돌들이 모여있는 곳에 앉아
가지고 간 봉지에 처음엔 이쁜것들로만 골라 담았죠
제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뭘하나 하며 힐끔힐끔 보기도 했지만
그럼 어때요...나는 지금 바다를 줍고 있는중 인걸요
그리고 추억을 줍고 있는중 이랍니다
바다위에 스르르 펼쳐지는 그림들
아주 옛날
여름이면 완행열차 지붕위까지 앉아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
그속에 섞여 있는 어린 나, 바닷가에서 먹던 맛난 음식들
친구들과 거닐던 바닷가 ' 밤배 '를 부르며 걷던 밤바다
검고 투박한 튜~우브 튜브 중앙에 누워 바다를 두둥실 떠가면
함께 간 사람들이 서너명씩 튜우브에 메달려 놀기도 했었지
연두색의 풋사과를 바다에 던져놓고 누가 먼저 잡나를 내기하던 친구들
아!! 그리운 사람들
바다로 내달리던 나의 아이들
푸른 입술로 덜덜떨며 돌아오면
뜨거운 모래속에 집어넣고 찜질을 시킨던 그 바닷가
어느해 여름 생일날 이웃들과 함께 케익을 챙겨서 바닷가를 갔었다
모두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촛불을 끄려는데
그때 초딩인 딸아이가 특별 주문을 했었다
아빠랑 뽀뽀를 해야 된다는것~~~
후후~~
별빛이 좋아서 였을까, 달빛이 좋아서 였을까,
아님
파도소리에 잠시 마음이 들떠서 그랬을까
지금도 앨범안에 수줍은듯 숨어있는 뽀뽀하는 사진한장
바다에 오면
마음이 이렇게 촉촉히 젖어오는 건
바다엔 아버지와 어머니와 어린 나 언니와 동생들의 이야기가
바다엔 내 젊은날의 우정과 사랑이 숨을 쉬고
바다엔 내가 제일 좋다고 슬쩍슬쩍 이야기해주는 남편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바다엔 또 다른 생활의 기억들이 파도를 타고 있기에
내 마음이 맑게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가 툭 툭 !!!
떨어지기 시작하며 사람들도 하나,둘 돌아가고
나는 딸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이제는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한웅큼씩 바다를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분홍색을 띤 소라모양의 작은 고동껍질
부서진 조가비
작은 자갈들이 봉지속으로 들어가며
내가 해주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랑 같이 살자'
내가 일어선 자리엔 우산 넓이 만큼 비에 젖지않은 몽돌들이
하얗게,검게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위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종일 비가 내림니다
화분위에는 바다에서 온 것들이
빗물에 씻기워져 가로등 아래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습니다
비내리는 바다가 보고 싶지 않으세요
비 내리는 바다로 오세요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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