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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 의 순정
BY 명자나무 20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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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는 옆집 구두가게하는 민희아빠 친구다. 농촌에서 농사터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읍내에서 장사하는 민희아빠보다 훨씬 더 알속이 있었다.
어느날 봉구가 나이도 솔찮히 들어보이고 무게도 엔간히 나가게 생긴 아가씨를 데리고 싱글벙글 웃으며 가게로 데리고 들어왔다. 결혼할 아가씨라고 인사를 시킨후에 혼수를 맞추러 왔다면서 한 여름인데도 코트도 맞추고 투피스에 원피스를 마음대로 고르라며 기왕이면 제일 좋은 옷감으로 해달라면서 돈 걱정은 말고 마음대로 고르라고 인심이 후하다.
가게에는 봉구와 민희아빠 그리고 남편까지 남자들이 줄줄이 있었다. 남편이 칫수를 재려고 줄자를 가지고 가까이 가니 갑자기 이 아가씨가 부끄러워서 남자한테는 잴수가 없다면서 완강하게 거절을 했다. 의상실을 그토록 오래해 봤어도 남자라고 칫수재기를 부끄럽다며 피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할수없이 꿩대신 닭이라고 내가 줄자를 들고 나섰다. 남자들이 보지 않는 가봉실 안에서 재 달라고 해서 본인이 날씬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서 별 의심없이 칫수를 재고 나왔다.
봉구와 색시가 가고 난 뒤에 남편이 뜬금없이 저 아가씨 588 출신같아..무심하게 그런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얼결에 그 소리를 듣고는 남의 기쁜 일에 재 뿌릴일 있느냐면서 할소리가 따로 있지 남의 새 색시 놓고 별 소리를 다한다면서 핀잔을 주는데도 남편은 여자가 지나치게 내숭을 떠는것도 그렇고 몸매도 직업여성 몸매라고 자꾸 우기고 있었다. 직업여성 몸매가 따로 있나?
하여간 봉구가 장가를 들어 알콩달콩 한 두어달 지난 어느날 봉구와 색시가 커다란 드렁크와 조그만 목욕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지난번 맞춘 옷이 고칠게 있어서 가지고 왔다면서 목욕 갔다가 오겠다며 목욕 바구니만 들고 부부가 나갔다.
남편은 예감이 얄궂다면서 "봉구 색시 도망 가려는것 아니야?" 한다. 깨가 쏟아져도 말도 쏟아질판에 도망은 무슨 도망이냐면서 제발 이상한소리 좀 그만하라고 핀잔아닌 핀잔을 하고 있었다.
드렁크는 맡겨놓고 목욕가방만 들은체 목욕 간다고 나간지 십분도 되지 않아서 봉구 색시가 들어왔다. 얼굴에 물 한방울 바르지 않고 온 품새가 아마 봉구가 남탕에 들어가는걸 확인한후에 곧 바로 되돌아 나온것 같았다.
봉구 색시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나가는걸 속수무책 바라 보다 민희아빠가 남탕으로 뛰어가서 봉구를 불러왔다. 자초지종을 얘기해주니 금새 얼굴이 시커매지면서 터미널로 뛰었다 집으로 전화를 했다 우왕좌왕이다.
나이는 떡 시루에 팥고물 얹히듯이 켜켜이 쌓여만가는데 돈이 있다해도 "촌 부자 일 부자 "라면서 색시 구하기가 차라리 하늘에 있는 별을 따기가 쉽겠다며 노래를 부를때 옆집 아줌마가 서울에 사는 친척 아가씨라면서 소개를 했다고 한다.
시골로 모셔오는 죄로 다 몸 만 오라고 수저도 필요 없다며 남자 쪽에서 살림부터 장농까지 일절 다 차려놓고 예식비까지도 한푼 안 들이고 정말 몸만 달랑 온 여자였었다.
촌에 갖혀서 답답할까봐 봉구는 내심 노심초사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읍내로 데리고 나와서 극장에도 데리고 가고 레스토랑에 가서 칼질도 시켜주곤 해서 그러다 있는 땅 다 팔게 생겼다면서 우리가 놀려대곤했었다.
촌에서 나올때도 높은 구두에 검정 선그라스를 끼고 나오면 논이나 밭에서 일하던 어르신들의 보이지 않는 혀차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봉구는 민망해 했다.
집에 있는 돈과 패물까지 다 들고 갔다면서 봉구 어머니는 기구 절창해 했지만 봉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갑자기 사라진 색시 생각에 후두둑 눈물이 떨어었다.
식음전폐한 봉구대신 민희 아빠와 봉구 아버지가 경찰서에 신고도 하고 사기 죄로 고소도 했다. 봉구는 고소까지 하는걸 완강하게 반대하면서 멀리 가서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여전히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었다.
상처도 세월이 약이라고 몇 해가 지난 후에 구순한 짝을 만나 옛 기억을 잊은듯 엄마를 닮아 야리야리하고 한들한들한 딸을 둘이나 낳아서 콩떡 만들듯 깨떡 만들듯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다방에다 커피를 시켰더니 덩치가 산만한 아가씨가 다방 보따리를 들고 들어오는데 어딘지 낮이 익어 보였다. 남편은 커피는 먹는둥 마는둥 하면서 아가씨만 이리 뜯어보고 저리뜯어보고 민망할정도로 쳐다보니 아가씨가 눈길을 자꾸만 돌린다.
아가씬지 아줌마인지가 차 보따리를 싸 가지고 나가자마자 민희아빠를 부르더니 봉구 색시였던 여자가 다방에서 일한다며 호들갑이다.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그 여자를 알아볼수가 있으랴 싶어서 괜히 남의 일에 끼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 봉구색시란다.
봉구도 뛰어 나오고 봉구 부모님도 논에서 일하다 흙 투백이로 한 걸음에 달려 나오셨다. 다방에서 일하던 봉구 색시는 경찰서로 잡혀와서 취조를 받고 경찰서 마당 한구석에서는 봉구가 피다 만 담배 꽁초만이 어지럽게 깔려 있었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동네 아줌마들은 세상 천지 깔린게 다방인데 뭐하러 여기가지 와서 다방 아가씨를 하러 왔는지 알수가 없다면서 걱정속에 호기심을 소금처럼 뿌려대며 일의 결말을 지켜보느라 수선거렸다.
결국 사기로 집어 넣자는 부모님을 설득해서 봉구는 여자를 풀어주었다.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여자는 미안했다면서 얘기는 하는데 입만 미안하지 얼굴은 어느 한구석 미안함이 나타나지 않았다. 봉구는 이 동네에서 다방 일을 하지말고 다른 동네로 갔으면 좋겠다며 어렵사리 부탁을 했는데도 여자는 들은둥 만둥 두 달이나 채우고 떠나갔다.
지금의 봉구 부인인 애기 엄마가 딸 둘을 데리고 읍내 나온 길에 들렸다. 얼굴이 조막만해진것이 그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음을 말 안해도 보였다. 봉구가 옛날 색시가 있던 두어 달 동안을 술을 많이 먹었다면서 혹시라도 만나기라도 했었는지 조심스레 물어온다. 그 동안 두 서너번 술에 취해 들어온 봉구는 그렇게 나갔으면 잘이나 살을 일이지 다방 아가씨가 뭐냐고 애를 끓였다고 했다.
애기 엄마가 나즈막히 근심어린 마음으로 얘기를 하는 중에 헐레벌떡 봉구가 뛰어 들어왔다 . 집으로 들어갔을까봐 바삐 왔다면서 탕수육 먹으러 가자는 소리에 딸들이 토끼처럼 깡총거린다. 봉구 얼굴을 보니 소낙비 지나간 자리 처럼 말갛고 시원하다. 우르르 나가는 네 식구 모습 뒤로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공중으로 날아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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