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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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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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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앓이


BY 동해바다 2004-04-12

  
    "4월 
    잠투정하는 어린애처럼
    비릿하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하고 
    쌉쌀하고 풋풋하고 핑그르르 눈물돌던 것들       
    다 사라져버린 4월 그리움"

    4월 그리움
    어느 님의 詩 낭송 하나를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계절 4월인가요?

    알싸하면서도 쌉싸름한 4월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귓가에 들려옵니다.
    옛 필름 한장을 꺼낼수 있는 지금 이 여유가 나를 화들짝
    놀래게 만듭니다.
    내 삶이 너무 초라하고 보기 싫었을때가 있었기에 말입니다.

    여고를 막 졸업하고 처음으로 만났던 한 男子...
    그때가 4월이었거든요...

    나보다 다섯살 연상의 무척이나 귀공자풍이었던 남자를
    순진하고 착하고 순수한...ㅎㅎ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면 내숭이라 흉볼까요?
    하여간 4월 초하루 만우절날 그 남자를 만났었지요...
    한눈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어린 나이에....
    두눈에 반했으면 아마 기절했을 거에요 ㅎ
     나는 엄청난 가슴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나를 마냥 어리게만 봐....속끓게 만들었던 남자로 인해
    가슴아픔을 처음으로 겪으면서 오빠에게 하소연했었지요..
    오빠가 보기에도 안스러웠는지 웃으면서 나에게...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연락을 한번 취해 보라고 했었어요...

    내게 어찌 그런 용기가 있었을까....
    만난지 20일만에 연락처를 알아내어 두번째의 만남을 가졌었답니다..
    첫 인상도 중요하지만 ...
    두번째의 인상 역시 무시 못한다고 하지요...
    옛 정동 MBC자리의 지하 코스모스 다방....
    작년에 그 옆을 지나다 보니 지명은 그대로인 코스코스 까페라는 간판이
    다방 이름을 대신하더군요..

    깔끔한 양복차림에 나타난 그의 모습에 날 또 한번 
    멍하게 만들었었지요.
    그만큼 멋진, 내게는 백마탄 왕자님 같아 보였습니다.
    마냥 아이같은 모습으로만 보여진 나였어요...
    여고를 졸업한 내 모습을 중학교 졸업생으로 본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난 조금이라도 어른스러워 보이려구 무척이나 노력했었지만
    전혀 먹히질 않았나 봅니다..
    그냥 동생처럼 매달려 두어번 만났을까...
    내 가슴앓이와 함께 그와의 만남은 그렇게 끝을 맺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날 무렵....
    우연히 정말 우연히 버스안에서 만나게 된거에요..
    층 숙녀다워진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던진 말은...
    "무척 성숙해졌구나".....한마디였습니다..
    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졌었어요....
    설레였던 마음을 안고 차한잔 할 기회가 있었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모증권회사를 다닌다는 그와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질 못하고 두번의 만남으로 끝이 났던것 같아요...

    그때 느꼈던 것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달라졌다는 것이였지요..ㅎㅎ
    그후로 오랫동안 그 넓은 서울에서
    세번째의 우연한 만남이 또 있었지요...

    스무살, 23살, 24살, 25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정말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서로가 너무나 놀랬으니까요..
    헌데 그 우연을 가장한 만남은 아마 직장과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였을겁니다...
    전혀 방향이 달랐다면 그럴수 없었겠지요...

    중구에 있었던 어느호텔 전망대 커피숍에서의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었나 봅니다..
    ㅎㅎ 그때 아이스크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갑작스레...

    지금 그 사람의 모습은 가물가물해요....
    여고 졸업후 처음 만났던 한 남자로 인해서 무척이나 가슴 아팠던....
    "정말 이런게 상사병이구나 이런걸루 아프다는 말이 나오는구나"하고
    새삼 느꼈던 제 추억속의 한 남자입니다.

    날 너무나 아프게 만들었던 그 사람은 지금쯤 어드메서 무얼하고 있을까..
    혹 속알머리 없는 남자가 되어 있는건 아닌지...
    로멘스그레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멋진 남자로 남아있는지
    뭐 그런게 나하고 무슨 상관 있을까마는....
    궁금하네요 갑자기...ㅎㅎ

    짝사랑을 하면서 심하게 가슴앓이 했던 내 스무살 사랑의 노트..

    아..
    정말 4월은 쌉싸름하면서...얄궂네요...ㅎㅎ
    그런 추억들을 들추게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