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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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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어머니


BY 봄처녀 2004-04-11

난 어머니와 함께 산다. 결혼 할 때부터 같이 산다.

 

아버님께서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선택의 여지 없이 함께 살게 되엇다.

 

아니, 어머님께선 따로 살자고 하셨는데 내가 싫다고 했다. 신혼이니까

 

따로 사는 게 재미도 있고 편하겠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서 싫다고 했다.

 

좀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것을 택하겠노라고.

 

이렇게 해서 산 지 7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난 우리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어머님 마음은 모르겠다. 나를 어찌 생각 하실지. 어쨋든 내가 7년간 겪은

 

어머님은 참으로 자애롭고, 관대하고,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모자르다.

 

내가 임신했을 때 , 어머님께서 밖에 나갔다 오실 때면 늘 큼지막한 과일을

 

사오신다. 산모는 좋은 걸 먹어야 한다며. 동대문에 가시면 며느리 좋아하는

 

팥죽을 사오시고, 저 남쪽에 가실 땐 에미 좋아하는 낙지 사오신다며 주전자를

 

준비해 가셨는데 , "에미야, 낙지 먹으면 아기  뼈가 약해진대서 안사왔다" 하신다.

 

첫딸을 낳고 

 

"어머님 딸이라 좀 서운하시죠?" 하니,

 

"그래, 좀 서운하다. 하지만  네겐 딸이 좋으니까 몸조리나 잘해라" 하시며

 

산후조리에 좋다는 한약 2가지를 석달치나 해주신다.

 

첫애 백일 때 또 임신해서 신경이 날카로와지니, 어머님께서 육아를 전담하신다.

 

아기가 새벽에 울면 건너오셔서 달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옆에 눕혀 놓고

 

가시고, 낮에 칭얼거리면 배부른 며느리 힘들다며 당신께서 늘 업고 다니신다.

 

아기가 앉아서 놀 쯤 되자 , 뒤로 넘어지면 큰일이라며 하루종일 두툼한 방석을

 

들고 아기 뒤를 쫓아다니셔서 ,우리 아기는 머리를 한번도 찍은 적이 없다.

 

또 아기가 늦여름에 장염이 걸려 3주 정도 설사를 했는데, 아기 엉덩이가

 

쓰라리다며 기저귀를 안채우고 허리에 수건 하나 둘러 놓고 아기가 설사할 때마다

 

걸레로 다 치우신다.이 밖에도 어머님의 사랑과  그 희생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아기 돌 때 만삭이라 일반한복은 가슴이 답답해 못입겠다 하니, 동대문에서

 

본견을 떠다 개량한복을 느슨하게 예쁘게 만들어주신다.

 

친정식구들 한결같이 말한다

 

"우리 막내는 복도 많지, 착한 남편에 저런 시어머니까지 계시니..." 한다.

 

맞다. 난 참 복이 많다.

 

어느날 내가 어머님께 물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어떻게 갚죠?"

 

어머님 말씀

 

"내게서 사랑을 받았다 생각하면 네 자식에게 베풀어라.사랑은 내리사랑이니라.

 

거스르는 사랑은 그보다 10배나 어려우니 내게 잘할 생각 말아라.너희 둘이

 

잘살아주는 게 내겐 효도다"하신다.

 

아,우리 어머님.가슴이 찡하다. 내 나름대로 어머님께 잘하려고 노력은 하는데,영 ....

 

어머님의 사랑에 보답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 사랑이 너무나 크셔서.

 

남편하고 잘 지내고 얘들 잘 키우는 걸로 조금이나마 어머님 은혜에 보답해야지...

 

요며칠 마음이 뒤숭숭하고 왠지 어머님이 새삼 애틋해서 두서 없이 몇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