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그동안 이만큼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잘 하고 올께요 충성!!!"
아들이 군대 가기전 날 녀석은 우리 부부를 향해 큰절을 넙죽 하더니
씩씩하게 말했다.
이제 스물한살.... 이쁜 여자친구와 정이 홈빡 들어 우째 헤어지나
내가 더 걱정을 하던 터였다.
아는 엄마 아들이 여자친구 못잊어서 5 월에 군대 가기로 날 잡아놓고
학업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연기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울 아들이 만나는 여자친구가 꽤 인물이 이쁘다는거 나도 인정한다.
허나 여자가 인물만 반반해서는 안된다는게 내 평소 지론이다.
그래서 아들한테 잔소리도 많이 했다.
" 여자는 얼굴만 이뻐가지고는 남자 골탕 멕이기 십상 이란다
네가 아직은 잘 몰라서 얼굴이 우선 인줄 아는데 엄마 말 새겨 듣거라이
걔 하고는 그냥 친구로 만나는게 좋겠구나".
언젠가 집에 잠깐 왔기에 보고난후에 내가 한 말이다.
이쁘긴 이뻤다. 허나 너무 탈랜트 처럼 하고 다니는게 맘에 안 들었다.
전공이 메이크업 쪽이라 감각이 뛰어나서 그렇타고 아들이 열심히
두둔을 하였지만 엄마로써 적당한 충고는 필요할것 같았다.
잔소리 같지만 언젠가 스스로 판단을 하려할때 엄마의 말 이 떠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 성격은 솔직하고 밝은 편이다. 뭐던지 사실대로 보여주고 분명하게
행동을 하는 전형적인 0 형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심 사귀는 여자는 A 형을 사귀면 잘 어울리겠다 싶어
그런 스타일을 원했는데 둘다 0 형 이라고 했다.
뭐 그런걸 떠나서 내 취향에 맞지 않는 다는게 솔직한 표현일것이다.
아무튼 둘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거의 매일같이 만나는 눈치였다.
다른 커플하고 함께 어울려 다니기도하고 옆에서 바라 볼려니 염려반, 부러움반
그랬다. 나도 남편하고 연애 한다고 붙어 다닐때 눈을 하얗게 홀기며 잔소리를
끝도 없이 해대던 엄마의 심정을 이제서야 이해가 되니....
그렇게 열심히 여자친구를 만나면서도 아들은 자신이 해야 할 도리를 알고 있었다.
군대 가기 일주일 전부터 친척집을 방문해서 인사 드리고 친척 형제들과도
일일이 만나 정을 나누었다.
그러더니 입대 하는날 대한의 남아답게 눈물도 안 흘리고 늠름하게 돌아서서 갔다.
언젠가 아들에게 넌즈시 물은적이 있다.
"아들아! 너 군대가고 걔 마음 변하면 우짤래? 상처 받지 않겠냐".
"엄마 걱정마요~ 내 나이 아직 창창한데 헤어 질수도 있지 뭘 그런거 가지고
남자가 상처를 받고그래..."
그래 아들아 엄마는 너를 믿는다. 공부에 있어서는 수재 소리를 못 들었지만
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듬직한 행동들은 뭘해도 할 눔이다고 믿게 만들었으니까.
아들아.... 네가 없는 우리집은 적막강산이 따로 없구나. 언제나 활기차게 집안
분위기를 만들던 너... 누나도 공부 하느라 멀리 있으니 아빠 엄마는 밤이면
서로 잠 못들어 뒤척이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어저께는 고기를 먹는데 유난히 고기를 좋아하는 네 생각이 나서 목이 메이더구나.
몇일전 네 옷이 소포로 부쳐져 왔는데 마치 너를 만난듯 반갑고도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단다. 매일같이 샤워하며 깔끔을 떨던 네가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너만 군대 간게 아니니까, 수많은 엄마들이 아들들을 군대 보내놓고 이 엄마와
같은 심정일것이다. 너는 어쩌면 엄마보다 여자친구가 더 보고싶고 그리울테지.
그래... 이제 엄마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그저 네가 잘되기를 기도하련다.
서로 자기 자리를 제대로 알고 살아야지 그렇지?
편지 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너였지만 환경이 바뀌었으니 달라 졌겠지.
요즘 엄마는 네게서 편지 오기만을 목을 늘이며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어저께부터 목련이 벙실대며 활짝 피었단다.
너는 목련이 싫다고 했지. 엄마도 별로 안 좋아 하는데도 목련을 보니 네 생각이
나더구나. 요즘은 시간이 참 더디게 가는것같아 좀 빨리 갔으면 좋겠는데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