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깎기만 하던 과일 깎기 칼이 오늘은 나물을 뜯으러 가는 날이다.
저번주부터 아이들과 새로운 식구와
기찻길이 있는 오솔길로 나물을 뜯을 겸 나들이를 가기로 했었다.
새로운 식구는 새봄이란 강아지를 칭하는 것이다.
멀건이를 작년에 잃어버리고
우리 식구 셋은 한동안 몸살을 앓고 난듯이 밥맛이 없고 기운이 없었다.
그러다가 삼주전에 멀건이랑 닮은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왔다.
먼저 주인이 지어준 이름은 새롬이었는데
특징이 없고 그렇다고 농담이 섞이지 않은 지루한 이름이라서
발음이 비슷한 이름으로 바꾸기로 했다.
새봄인 그래서 다시 지어진 이름인데, 새봄인 새롬이와 새봄일 구별하지 못해서
새롬아 해도 뒤돌아 보고 새봄아 해도 달려와 애교를 떨었다.
새봄이랑 우리식구 셋은 봄나들이를 떠났다.
비닐봉투에 과일 칼 두 개와 까만 비닐봉투 한 개와 간식거리와 함께
덜렁거리며 가벼웁게 걸었다.
"진달래가 피었다."그럼 우리는 우루루 진달래 앞으로 몰려가면 진달래는 요즘도 날 이렇게 이뻐라하는 사람들이 있나하는 표정이다.
"냉이꽃이네..."그러면 우린 머리를 맞대고 내려다 보면 나같이 작고 보잘것없는 풀에게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네하며 우리를 더 신기하게 냉이꽃은 쳐다본다.
기찻길 건널목에 섰다.
문산으로 가는 기차가 나 급정거 못하는 기차예요 빨랑 비키세요 하면서
기차 건널목만의 독특한 종소리를 내며 빨간불이 켜지고 차단봉이 내려왔다.
상윤이가 그 소리를 흉내 내었다.
"땡깡 땡깡"
상아와 난 그 소리가 재미있다고 같이 따라
"땡깡 땡깡 땡깡 땡깡"
기차는 백미터 달리기 선수모양 두 팔을 옆구리에 꼭 붙여 앞뒤로 흔들며
뒤도 옆도 안보고 앞만보고 달려 갔다,
새봄인 그 기차와 기차가 달려가는 바람소리에 놀래 건널목을 안 건너려고 했다.
기찻길가엔 꽃다지라는 같은 성씨들끼리 한 마을을 이뤄 살고 있었다.
번식력이 대단한 종족들임을 알게했다.
기찻길 가장자리에 쑥이 방석처럼 깔려 있어서 상윤인 책상다리를 하고 편한자세로 앉았고
우린 자리를 잡고 여기 있는것만 다 뜯어도 떡도 해 먹을 수 있겠다며 쑥을 뜯었다.
쑥을 뜯으며 우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3인 상아의 진로가 중심밭이지만..우린 가볍게 이야기를 끝내고
자연스럽게 남자친구에 대한 가장자리 밭으로 옮겨갔다.
남자친구가 없는 건 성격이 모가나거나 남자 험오증이란다.
양다리는 절대 안되고 쉽게 마음문을 열지도 못한다나...
"엄마랑 똑같네."
상윤이는 새봄이를 끌어 안고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관심도 없는척 하는건지
실제로 관심도 없는건지 가지고 간 빵과 쥬스를 날름날름 먹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기차가 또 오른쪽도 왼쪽도 안보고 정면으로 달려온다.
초록싹들이 먼저 일어나 돌아오는 기차에 대고 손바닥을 마구 흔들어대면
우리도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낯선 듯이 아님 반가운 듯이 기차를 쳐다 보았다.
철길가엔 3월이라는 첫 번째 계절이 깔려 있었다.
1월이 첫 번째 계절이 아니고 순전히 내 이기적인 생각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3월이 첫 번째 계절이라고 생각하고 생각이 줄을 잇고 줄이 생각을 만들었다.
계절이는 순서를 기다려 차표를 끊고 낡은 대합실 의자에 앉아 기차 시간을 기다렸다.
기차안에서 마실 생수한병 가방에 넣고 심심풀이로 과자 한봉지를 손에 들었다.
개찰구가 열렸다.
차표를 내밀면 확인가위가 이빨자국을 내고
계절이는 그 표를 주머니에 넣고 기차에 올라 비어 있는 창가자리에 앉았다.
창밖은 비어있는 마지막 계절이었다.
얼어붙어 있는 겨울이라는 계절.
계절인 겨울을 지나 삼월이라는 간이역으로 가는 중이다.
먼저 다가온 산수유꽃이 팔과 다리를 샛노랗게 창가에 걸어 놓으면,
목련이 하늘을 향해 울컥 필라치면... 꽃다지가 기찻길가에 노란 돗자리를 깔아 놓았다.
이제 다 왔다. 삼월이라는 간이역에 내려 개찰구로 달려갔다.
그곳엔 나를 기다릴 짝이 맞지않는 세식구가 있어서...
아니지...새봄이라는 강아지가 생긴 네식구가 나를 끌어안고 입맞춤 해 주리라...
계절이와 네 식구가 만나는 대합실 바깥엔 저녁노을이 차르르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