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산림조합에서 사다심은 산수유나무가 간신히 살아 나더니
요즘 노란 꽃을 자잘하게 매달고 아침마다 나를 유혹한다.
현관 밖으로 나서면 제일먼저 내시선을 끄는 그 샛노란 빛깔이
참으로 화사하고 가까이 다가보면 꽃망울이 어찌나 귀여운지
더 정성을 다해 돌보지 못한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그저 묘목을 사다 구덩이 파서 흙덮어 꽂아 놓을 줄만 알았지
거름을 준다든지 땅의 배수처리를 살펴 주지를 못했으니
간신히 죽지 못해 살아 남아서 무성하게 가지뻗기도 못한채
앙상한 가지에다 꽃망울만 매단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은 시간날때만 겨우 들락거리며 쳐다보는게 고작이었지만
이제 늘 함께 하고 있으니 무턱대고 심어만 놓았던 나무들을
잘 보살피게 될거라며 그이와 나는 이번 봄이 한없이 바쁘다.
둘이 마주앉아 밭에다 심을 종류들을 메모지에 적어보니
여느 농사꾼보다 훨씬 많은 것같다.
며칠전부터 한귀퉁이에다 밭을 일구어 감자를 심기로 했는데
전문가에게 몇번씩 전화로 문의를 했더니 너무 답답했던지
직접 퇴비를 싣고 오더니 둑을 만들어 거름을 뿌리고 씨감자를 몇개 심어주며 그대로 하라 한다.
심는 종류마다 밭을 만드는 법도 달라서 한꺼번에 배우는건
내게 아무래도무리 인것 같다.
연못주변에다 토란도 심었다.
잎이 넓은 토란은 비오는날엔 우산 대용품이었던 어린시절 추억까지 곁들여서 여름내내 나를 즐겁게 해 줄것이다.
상추랑 쑥갓을 심은 밭옆에다 남겨둔 땅콩도 뿌렸다.
까치 등살에 옮겨 심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오이, 가지, 토마토,방울토마토,고추는 시장에 모종이 나면
심는 시기에 저절로 맞춰질 것이고,
내가 가장 자신있게 심을수 있는 고구마도 심어야지.
마음만큼 몸은 따라 주지도 않는데
손바닥 만큼씩의 밭이라도 만들어 메모지에 적은 것들을
전부 심어 볼 양으로
나는 오늘도 서랍속의 메모지를 꺼내서 또박또박 짚어가며 확인을 한다.
"완두콩, 수세미, 조롱박,호박,참외, 수박.시금치,아욱,..."
"가꿀줄도 모르며 무턱대고 땅에 묻으면 먹는다니?"
지난주말에 오셔서 상추밭을 만들어 주시며 하시던 친정엄마의 말씀이
손가락을 따라다니며 짚을때마다 녹음기 버튼이 되어 자꾸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