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 낙조 . 2002
노을이 지고 있었다.
오늘은 노을을 꼭 보고 싶었다.
며칠째 세워놓아 먼지가 뿌연 차를 겨우 앞유리만 닦아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강변으로 달렸다.
내가 한강에서 노을을 보기 좋아하는 곳이 있다.
거기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어디에고 노을은 지고 있으니....
강 건너편 빌딩에도 붉은 빛이 가득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어느새 꿈처럼 노을은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 빛은 남아 오랫동안 강가를 서성거렸다.
강은 참 많은 것을 보듬고 있었다.
다리를 받쳐주고 있는 기둥, 물풀, 오리, 물새도, 진훍도, 유람선도 ...
내 시름도 강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오려 했더니 어느새 뒤를 쫄랑쫄랑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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