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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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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꽃향기


BY 노루귀 2004-03-22

[산수유가 꽃이 필려고 그러나봐요?]

 

[아니..산수유가 아니고 생강나무지요..꽃이 향이 아주 좋아요.]

 

박선생님은 가파른 산비탈을 날렵하게 미끄러지듯 내려가더니...제법 큰 생강나무 아래 멈춰

꽃망울이 노르스름하게 달린 가지를 툭툭 분질러 한움큼을 만들어 내게로 오셨다.

 

언뜻봐선 산수유 꽃망울 같은데 그게 생강나무란다.

 

집에다 꽂아 놓으면 향이 가득 찬다고 꺾어 주신거였다.

 

 

[여긴 복수초 군락이에요. 세상에 군락을 조성해 놓고 한가운데 길을 낸다 포크레인 지나가는 바람에 다 날렸다오. 여긴 수선화 구근을 삼천주를 심어 놨어..]

 

이리저리 설명하시는 가운데 사이사이 동글동글한 잎이 귀여운 매밥톱 싹이 보이고

마른 나뭇잎이 덮인 사이로 앙징맞게 이쁜 복수초 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어 연신 내 입에서는 감탄사가 나오고 있었다.

박선생님과 인연이야 오랜 인연 아니지만, 같은 것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성품이

있으니 단박에 경계하는 맘이 풀렸으리라.

아침부터 결례라고 반쪽이가 옆에서 불편해 하는데도 불구하고

[양수리 드라이브 나왔는데 잠시 들려도 될까요???]하고 전화를 했더니 얼른 올라오라 반갑게 맞아 주신거였다.

 

천지사방이 널린게 일꺼리인 시골인데 우리네야 잠시 자연을 즐긴다고 들른거지만

바쁜 시간 빼앗는거 아닐까 싶어 혹여 할일 있으면 도와드릴까 하고, 목장갑과 때되면 먹을 간식까지 싸가지고 작정하고 나선터였다.

 

반갑게 맞아주신 박선생님은 늘 봐왔던 사람모양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 놓으시다 손을 잡아끌고 온실구경을 시켜주셨다.

 

여기저기 앙징맞게 싹을 내밀기 시작한 야생화들

꽃대가 올라오고..꽃이 피고.....

 

벌써 부자가 된냥 흐뭇한 웃음으로 꽃을 바라보는 박선생님을 보니 '참 행복한 분이시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세에 당신 하고 싶은일을 거침없이 밀어 부칠수 있는 그 열정이 누구에게나 흔하게 있는것은 아닐테니

안그래도 박선생님은 일에도 지치고...사람에도 치여 이래저래 힘겹다 하시지만 억지로 시켜 하는일이 아닌이상 그래도 원없이 하고 싶은건 해보고 사신분 아닌가 싶어 슬쩍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쁜건 나중에 보기로 하구요 일단 하실일 있음 도와드릴께요...]했더니 안그래도 구절초를 옮겨 심어야 한다고 호미를 꺼내오셨다.

 

밭에 주저앉아 군절초와 층층꽃을 반쪽이와 함게 셋이 캐면서 이런저런 야생화 이야기도 하고..사는 이야기도 하고...

캐온 것을 다른 밭에다 다시 옮겨 심고...

 

일을 하자면 따분하고 지루한 일이었는데 덕분에 어렵지 않게 끝내게 되어 기분좋다 하셔서

우리부부도 기분이 좋았다.

 

바람한점 없이 맑고 따사로운 햇살아래서 야생화를 호미로 캐는 작업이 참 평화로웠다.

 

한주내내 힘든일에 치여 몸이 너무 고단한탓에 많이 돕지는 못했지만, 홈피게시판에

우리부부 덕에 구절초가 구제되어 가을에는 이쁜꽃으로 보답을 하게 될거 같다는 글을 남겨주신걸 보고...한주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양수리 길 막힐까 그게 무서워 총총 서둘러 내달려오긴 했지만

수선화가 피고...매발톱,금낭화...이리저리 아름다운 야생화가 필 무렵이면 아침 일찍 먹고 반쪽이에게 드라이브 가자고 꼬드겨서 또 들르게 돼겠지...

 

차 트렁크에 집에서 키워보라 올망졸망한 야생화 몇포기를 주셨는데

베란다 한가득인 화초들 사이에서 앙징맞게 자리를 잡아 두었다.

 

누군가 동물이든 식물에 마음 붙이는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라던데..글쎄~~~내가 외로운 사람인가??....요즘은 몸이 고단해 그런거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네...ㅎㅎㅎ

 

거실에 꽂아 놓은 생강나무 꽃향기가.......그윽한 아침에 박선생님 만드신 야생화 꽃차 한모금 마시면서 잠깐의 평화로움을 즐겨본다...^^*

 

다들 깃털같이 가벼운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