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라 학부모 총회에 갔습니다. 아이 책상위에 어머니께라고 적힌 편지가 놓여있더군요.다른 엄마들도 모두꺼내 읽으면서 연신 미소를 머금습니다. 저도 미리 흐뭇한 맘이 되어 편지를 꺼냈습니다. 입가엔 미소가 가득 머금어집니다.
어떤 내용일까?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보니 글쓰기에도 영 관심이 없는 아이인지라 편지를 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꺼내 펼쳐보았습니다.
<엄마야~ 저 종휘예횸...
내가 맨날 반찬타령만 하고 까불기만 하고 공부도 잘 안해서 ㅈㅅㅈㅅ해횸.
엄마 흰머리도 많이 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면 안되는데 내가 자꾸 말썽부려서 또 한번 ㅈㅅㅈㅅ해횸.그럼 ㅂㅇㅂㅇ~
아... 그리고 아햏햏뚫쀓괘틱팃틱끩>
이게 전문입니다.
옆 자리의 엄마가 혹시 읽었을까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이제 6학년도 되었으니 좀 진지하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편지에 담았으리라 기대한 제가 잘못입니다.
그래도 해마다 똑 같았던 만수무강하세요라는 표현이 달라진 것 만으로도 만족해야 할런지..
쬐금 허무해져서 터덜터덜 집으로 왔습니다.
아이는 저를 환하게 맞이합니다.
"엄마, 내 편지 읽어봤어?"
전 대답은 않고 째려보았습니다.
아이는 난처해 합니다.
옆에 계신 어머님까지 불안해 하십니다.
"왜, 종휘가 뭐라고 썼는데..."
그러고보니 작년 어버이날 엄마 아빠한테만 효도카드 만들었다고 마음에 상처 입으셨던 어머님이 기억납니다.
"그냥... 형식적으로 억지로 몇 글자 적었더라구요. 엄마에 대한 사랑이라곤 도통 느껴지질 않는 글이었어요. 거기다가 끝에는 욕도 아니고 알 수 없는 글만 잔뜩 장난처럼 써 놓았는데...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물론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머님이 또 서운해 하시지 않도록 더 강조해서 엄마에 대한 아들의 무심함을 말씀드립니다. 할머니께 편지글 쓰지 않은 것 서운해 하시지 않도록 말이지요.
그 때 아들은 울상입니다.
"끝의 글은 애교였는데... 앞에는 잘 썼잖아요. 정성스럽게 쓴거라구요. 칭찬해 줄줄 알았는데..."
아니, 그 글로 칭찬을 기대하다니...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이 아들아이의 글쓰기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아이가 학교 입학하기 전, 어렸을 때 일입니다.
대장과 부하가 등장하는 책을 읽은 감상을 이야기 해 보라고 했더니 대뜸 장래희망이 부하라고 합니다.
대장이 아니고? 전 아이가 잘못 말한 줄 알았습니다.
그랬더니 부하는 싸움을 하고 대장은 명령만 하기땜에 부하가 더 멋있다고 대답합니다.
생각이 굉장히 단순한 아이라서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기대하다간 제 속이 뒤집힐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돌아 오는 길에 엄마들이 제 아이 칭찬을 합니다.
참 순진하고 착한 아이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밖에 나가선 처신을 잘하는지 늘 엄마들이 부러워합니다.
더 이상 제가 욕심을 부린다면 안되겠지요?
이 글을 옆에서 보는 딸이 편지 뒤에 쓴 글을 욕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아들아이가 설마 욕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썼을리는 없지만 혹시 욕을 모르고 썼나 걱정되어 다시 이렇게 밝힙니다. 절대 욕으로 생각하고 쓸 아이는 아니라고...
혹시 다른 분들이 제 아이 흉보실까봐 걱정이 되어서요.
이러니 저러니해도 제 아이라서 감싸주고 싶어집니다.,,, 저도 역시 고슴도치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