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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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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책상 위에 놓여진 편지 한 장


BY 동해바다 2004-03-19


     
     요즘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빠르게만 지나간다.
     
     나른한 봄의 하루 속에 나는 몇이나 되는지 바쁘기만 하다.
     아프신 어머님에게 며느리 얼굴도 보여주어야 하고
     아이들을 위한 엄마의 정성도 보여야 하겠고,
     남편이 떠는 아양에 호응도 해야 한다.
     
     그나마 나만을 위한 시간 속에 잠시나마 책을 읽으며
     또 사이버 어느 누군가의 글들을 읽으며 그리움과 추억
     나부랭이들과 한바탕 씨름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속으로 풍덩 빠져 들어가는 것이
     하루중의 행복한 시간이라 말할 수 있다.

     새봄, 새학기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12년 교육을 마무리할 대입을 위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여늬 때보다 더 관심기울여야 할 수험생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학부모 회의를 다녀 왔다.
     자식을 위한 어머니들의 열성은 어느 곳이든 매한가지일게다.
     임원선출, 선생님소개, 학교현황, 교육방침 등 넓디넓은
     교육장을 꽉 채운 학부모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경청을 하며
     전해받은 유인물에 눈을 박는다.

     모두 마치고 어머니들은 각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가라는 
     말씀에 8명의 같은 반 엄마들과 교실로 향하였다.
     입실을 해 보니 책상 위마다 봉투가 하나씩 놓여져 있었다.
     먼저 들어온 어느 학부모의 입에서

     "에구 눈물나네."

     "아니 이녀석, 세 줄이 뭐야." 하는 말들이 나온다.

     아마 선생님께서 오늘 엄마들이 올터이니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서 책상 위에 올려 놓으라고 한 모양이다.
     칠판 바로앞, 맨 앞줄에 아들아이의 이름이 쓰여진 봉투
     한 장이 있는걸 보니 그곳이 아들자리인가 보다.
     
     무슨 말을 썼을까 하는 궁금함으로 편지를 개봉하여 보니
     '엄마'라고 시작하면서 썼을 편지글을 기대했었는데
     웬 詩 두편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맨아래 별표시를 하고는

     '좋은 시 읽고 정서 함양하세요' 아들 *** 올림
     이렇게 마무리를 한 아들의 편지...
     섭섭하면서도 기특하면서도 아리송하면서도 궁금했다
     어떤 생각으로 시 두편을 썼을까.
     
     곧이어 들어오신 선생님과 대화를 한참 나눈후 집에 와보니
     그동안 밀린 잠을 자는지 입까지 벌리고 아들은 곤히 
     자고 있었다.
     저녁 7시까지 야간자율학습하러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아들과
     고1인 딸을 위해 부리나케 저녁준비를 하고는 아들을 깨웠다.
     주 5일을 새벽 한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토, 일요일도
     없는 우리 시골의 아이들...
     대도시에 비해 많이 뒤떨어진 하지만 이곳도 역시 사교육 현장 속에 
     내보내지 않으려는 학교나름의 방침에 대부분의 부모들이 동참을 
     하며 아이들을 학교자율에 맡기고 있는 이곳의 실정이다.

     '엄마...이건 아닌데...학창시절 이렇게 보내는게 아닌데..'
     했던 아이..
     어쩔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려 또다시 7차교육과정의
     첫주자인 고3 수험생들의 피나는 노력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열심히 뛰는 우리의 아이들이다.

     "우리아들..엄마는 눈물나는 편지를 기대했는데..웬 詩야?"

     "아...그거."
     
     하면서 하는 말이 어제 선생님께서 미리 말씀하셨는데
     시간이 없어 쓰지 못햇다가 오늘 부리나케 국어 교과서를 보고
     쓴 시란다.
     왜 그 詩(박남수님의 아침이미지, 황동규님의 기항지)냐고
     했더니만 다른 시는 애국시 뿐이라서 그 시 두편을 적었다고
     했단다...에궁..
     차라리 그 詩 두편 쓸 시간에 짧게라도 편지를 쓰지 그랬냐는
     말에 빙긋이 웃는 미소로 아들은 대답한다.

     어찌보면 속이 깊어 보이다가도 무심한것 같아 조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남들 다 쓰는 편지를 詩 두편으로 대신했다는 
     기특함과 대견함에 나는 이 시 두편을 고이 간직하련다.

     별 뜻없이 썼을지언정
     훗날 이 편지를 아들아이에게 보여 주면서 대화나눌수 있는
     시간이 될것 같아 소중히...아주 소중히 간직하련다.

     공부만이 아닌 하고싶은 활동도 해 가면서 보낼 학창시절에
     지금도 교실에서 책만 들여다 보고 있을 아들에게 내 기를
     불어 넣어 보내야지..
 
     훅 ~~~~

     화이팅이다 아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