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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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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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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중년, 마음은 소녀.(1)


BY 개망초꽃 2004-03-20

15년만에 미국에서 친구가 온답니다.
도착하는 시간이 저녁 6시라서 지금 나갈 준비를 하고
이곳에 잠시 들려 보고를 하려합니다.

우린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넷...정자,희자.경주,종미 이렇게 넷입니다.

키도 크고 인물도 좋고 성적은 제 각각 순위가 틀렸지만
우리 넷은 항상 같이 붙어 다녔습니다.

이 중에 경주라는 친구가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미국가던 경주가 그때 당시엔 그리 부러웠는데...

삼십대 초반 때 잠시 한국에 왔다가
사십 중반이 되어서 순수하게 친구들을 보러 미국에서 날아온다고 합니다.

우린 같은 고등학교에서 비슷비슷하게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답니다.

한친구는 이혼을 하고
한친구는 잘 살고 있고
한친구는 결혼은 했는데 애가 없답니다.
애가 없는 친구가 미국에서 오는 친구입니다.

너무나 다른 세계로 우리 넷은 달려가며 넘어지며 굽어진 길을 걸으며
반듯한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 같이 늙어가고 있지만
전 학창시절보다 더 많이 늙어다고 그러더군요.
머리엔 흰머리가 잡초처럼 거칠게 자라고
피부는 모래사막처럼 거칠어지고
몸은 겨울나무처럼 마르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려니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파마도 하고 안뽑던 흰머리도 뽑았습니다.
안 다려 입던 청바지를 다려 놓았고
안빠지던 매장도 오늘은 빠졌습니다.

한편으론 친구를 만나 좋고
한편으론 친구를 만나기가 싫습니다.

혼자가 되어서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진것이 없어서도 아니고
내 세울 것이 없기도 하지만
왜 인지 모를 속상함이 가슴 한쪽을 채우고 있습니다.

다 같은 나이에 같은 학교에서 너도 나도 더 잘나고 더 못나지도 않았는데
이십몇년이란 세월이 서로 다른 현실과 상황에서 더 잘나고 더 못나고 판가름이 나보여선지...
우짰든 저짰든 마음이 심란합니다.
그래도 비우고 버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잘 왔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도
또 나의 굴레에 빠져 고개들어 밖을 보기가 싫을 때가 있습니다.

친구는 비행기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나는 그동안 친구에게 연락 한번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그 친구는 우리 넷 다 보고 싶다고 했답니다.

어젯밤 꿈엔 미국에서 오는 친구가 나만 외면하고 다른 친구를 포옹하던데...
이그그...쓰잘떼기 없는 상상...히히
얼른 나가야겠네요,
다녀와서 친구들 만난 이야기 다시 쓸게요.
오늘은 이만....후다닥...
3월 19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