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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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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바람 유감


BY 노루귀 2004-03-19

어쨋거나 딸애의 춤바람에 일조를 한게 나란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성적인 성격이 지나쳐  어디서든 남앞에 나서지를 못하니 그게 안타까워 시켰던게 춤이었었다.

하기싫다는걸 억지로 손을 잡아 이끌고, 백화점 문화센터에 등록을 하면서도

하다가 정 싫음 관둬라~ 그리 이르고 보내기 시작했는데, 맨뒤 구석에서 머뭇머뭇거리기만 하고, 맨앞에 서지 못해 안달치는 활달한 다른 애들과 자꾸만 비교가 돼 속상해 하고 그랬었는데

 

그러던 딸애가 춤바람이 단단히 났던 모양이다.

 

갑작스런 이사로...문화센터에서 춤을 배운건 잠시의 추억이 되었지만 딸애는 그 시간을 너무 즐거워했고 댄스강사를 선망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다 중학교 들어와서 대뜸 CA활동을 댄스부를 들겠다고 해서 나를 당황시켰었다.

 

대한민국 엄마의 공통 관심사 공부...그 공부에 방해나 돼지 않을까...나쁜아이들과 어울리게 돼면 어떻해 하나...

왜 어른들은 겪어 보지도 않고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느냐는 아이의 반발에 난 반박할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

아이와 갈등이 심했었다....결구 큰애는 자기 고집대로 댄스부에 들었고

일년여 댄스부 활동을 하면서 엄마인 내가 가졌던 그  선입견처럼 선생님들의 선입견과 싸워야만 했었다.

 

아이는 생김새도 전형적인 모범생의 얌전한 모습이고 공부도 잘했다.

다만..선생님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던건 댄스부라는것

 

아이는 그런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꾿꾿하게 버티고 심한 감기로 목소리도 안나오고 온몸이 쑤신다고 눈물을 찔금대면서도 축제때 발표를 앞두고는 연습에 단한번도 빠지지 않고

푸욱 빠져버려...내속을 어지간히 태우기도 했었다.

 

그렇게 일년을 보내고 이학년이 되어...또 댄스부에 들었다고 해 엄마인 나를 할말을 잃게 만들더니

 

이젠 공부에 전념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주에 한번 댄스수강을 시켜줄테니 학교에서 활동은 접는게 어떻냐 했더니

딸아이는...[엄마는 왜 일하면서 도자기는 왜하는거야??...엄마도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 풀라고 엄마가 하고 싶은거 하는거잖아..난 그게 춤이야....그게 왜 안되는거야??]

그렇게 정색을 하고 반박하는데...할말이 없었다.

 

오늘 딸애는 학교에서 늦게 집에 왔다..미화부여서 남아서 환경정리를 했다는데

들어서자마자 배가 고픈지 눈에 보이는대로 먹을것을 꾸역꾸역 넣더니

[엄마 오늘 우리가 석고대죄를 했다니까~~~]뜬금없이 내뱉길래 물었더니

아이는 갑자기 감정이 격앙되었는지 울먹거리면서 학교에서 댄스부를 없애기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해서....교장선생님께 운동장에서 무릎꿇고....계속하게 해달라고 빌었다는거였다.

 

얼마전에 신입생도 뽑고...예년과 달리 댄스부의 인기가 높아져 70명이나 한꺼번에 지원을해

그중에서 테스트를 거쳐 후배를 뽑고...

아주 기분좋아 했는데 일방적으로 해체를 시키다니

 

그 이유란게....담당선생님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그랬다는게

물론 나역시 반대를 했던 입장이긴 했지만..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그런 이유였다.

 

교장선생님의 회유로 해체는 막았지만 무용실을 쓸수도 없게되어 추운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게 되었다며 딸애는 후배들도 뽑았는데....죄없는 후배들까지 추운 운동장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너무나 속상해했다.

 

안그래도 댄스부를 불량써클 보듯하는 선생님들 시선때문에 일년동안 마음 고생도 했었고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하고 일상생활에서 책잡히지 않을려고 어지간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되어 아이는 학교라는 자체에 심한 회의감을 가진듯했다.

 

그런 딸아이를 진정시키고...근처 청소년 문화원 시설을 이용할수 있게끔

한주에 한번정도 시설이용료를 엄마가 지원해줄테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하고

같이 협조해줄만한 엄마를 찾아보라 했다...그럼 엄마들끼리 서로 연락을 해서

연습하는데 지장이 없도록...지원을 해주겠노라....그리 약속을 했다.

 

아이는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오는지 펑펑 울고....그러고 나서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는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아이는 선생님들의 그런 시선에 굴하지 않고 아마도 보란듯이 더 열심히 연습을 하겠지

아마도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겠지....

 

세상살이에 부대낌없이 어찌 살겠냐마는.....한참 꿈많을 때에....어른들의 마땅찮아 하는 시선속에 내던져져 힘들어할 딸애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지만

내가 해줄수 있는건 그것밖에 없으니....그거라도 열심히 뒷받침을 해줘야지...어쩌겠는가...

 

4월이면 있을 경연대회 준비로...또 바쁜 일상을 보내겠지....ㅡ.ㅡ

딸애에게 있어 이다음에 추억을 더듬을 무렵이면....아름다운 시절로 기억되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