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데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우산을 들고 그 바닷가에
갔지요. 달포전 태어난지 보름만에 백골로 세상에 제 흔적을 지우며 떠나간
아이와 작별을 하던 그 곳 바다 이지요. 우산을 쫘악 펴 빗물을 가려 주고
싶은 애미의 심정을 바람은 모르는지 파랑을 일으키며 이곳 저곳으로 흔적을
흐트러 버립니다. 빗물이 내 머리위만 빼놓고 사방으로 떨어집니다. 아이가
혼자서 저 비를 다 맞는데 이 우산으로 가려 주고 싶었는데 가릴 수가 없을
것 같아 머리위를 받치던 우산을 접었지요. 아이와 함께 비라도 맞아 주고
싶어서 이지요. 어미가 되어서 숨을 거두는 새끼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절망스러웠지요.
물살을 보며 한참을 있노라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를 만나기
위해 차를 몰고 오던 조금 전에도 뱃속의 묵직한 감각이 살아있는 듯하여
배를 쓸어 보았지요. 제왕절개를 한 복부의 표면에서 예리한 통증이 올라
오며 아이의 부재를 일깨웁니다. 누르면 찔끔거리며 맑은 액체가 흘러
나오는데 이 배를 째고 나온 아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음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언니, 언니는 그런 기분알아요? 거리를 나가면 사람들이 내게 수군 거릴
것만 같아요. 제 아이 하나도 건사 못하는 바보라고요. 그리고 더 미안한
건 떠난 아기한테지요. 배안에 있을 때 평온함을 주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걸리네요. .
그 때 울 아가가 얼마나 불안해 했을까? 그 때문에 열달을 채우지 못하고
엄마 뱃속을 미리 나와 버리다 변을 당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자책을
하게 됩니다.
한밤중에 양수가 터져 좁은 차안에서 몸을 쪼그리며 응급실로 향할때에
난 이런 끔직한 상황이 되리라 전혀 예상 할 수 없었지요. 현대의술을 믿고
싶었습니다. 칠삭동이면 어떠랴 인큐베이터가 있지 않은가? 작게 낳아
크게 키우라는 말도 있던데. 스스로를 위로하며 수술대에 올랐었는데 그
후로 열흘이 지나도록 아이를 보지 않는것이 좋겠다는 병원측의 설명이
있었지요 .산모를 보호하기위한 병원측의 생각. 폐가 덜 발달된 아이는
심한 호흡곤란으로 청색증이 왔고 뇌에도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뇌세포가
파괴되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포기하라더군요. 어느 부모가 자식을 그렇게
쉽게 포기합니까? 그래도 아이를 봐야할것 같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갔지요. 숨을 쉬게 해 주는 줄, 영양식 공급해 주는 줄,
소변 줄, 그 외의 수 많은 줄을 휘감고 있는 아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새파랗게 넘어갔다 돌아 오기를 여러번 어른들의
욕심으로 어린 것을 너무 고통스럽게 해 주는것 같아 마음을 바꾸기로
했지요.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지요. 병원에서 그렇게도 많이 설치했던
장비속에서도 숨을 헐떡이던 아이는 거짓말처럼 평온해 보였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했던 시간들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아이는
엄마의 심장소리를 기억하나 봅니다. 가슴에 꼭 안아 주면 찡그렸던 얼굴이
금새 환해지며 방긋거립니다. 그때는 엄마품에서 이렇게 되살아 나는구나
희망을 품어 봤었는데 사흘 밤낮을 그렇게 웃던 아이가 엄마와의 이별을
알았는지 사흘째 되던날 어린 눈망울에 눈물을 담아 내더니 조용히 눈을
감더군요. 난 아이가 뻣뻣해 지고서도 한참을 가슴에 품고 또 품었었지요.
이제 아이를 그만 보내 주라고 누군가가 아이를 내게서 떼어 갔어요.
그 어린 것을 관에 넣어 화장터로 옮겼지요. 뜨거운 불에서 아이가 타들어
가는 동안 내 심장도 타들어가 까만 재가 되었지요.
아이가 머물다 간 시간 동안 나는 삶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맛보았습니다.
슬픔이 밀려와 가슴이 저밀때는 사흘 동안 내게 눈을 맞추며 옹알이를
하던 모습을 기억하며 아이가 내게 줬던 기쁨의 순간을 떠올리려 합니다.
고통의 터널에 서서야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들의 아픔이 보입니다.
나는 그동안 맹안이었음을 우리 아기가 그걸 내게 알려 주며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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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은 십년지기 아우, 미연의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해줘야
할 난 그녀보다 더 큰소리를 내어 울고 말았지요. 눈물은 어디 숨어 있다
다시 나타나는지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도 훌쩍여 집니다.